내수부진·계엄 등에 3개분기 연속 30위 안팎 ‘하위권’
“올해 1분기도 수출둔화·산불 겹쳐 한은 전망치 0.2% 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사진은 7일 서울 중구 명동 중심의 상점이 임대 안내를 붙이고 비어 있는 모습. 2025.1.7 hkmpooh@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내수 부진에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세계 주요국들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다.
마이너스(-) 또는 0%대의 낮은 성장률과 30위권 안팎의 낮은 순위가 굳어지는 분위기로, 올해 1분기 역시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작년 4분기 성장률 0.066%…37개국 중 美·日보다 낮은 29위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콜롬비아·리투아니아를 제외한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중국을 더해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조사한 결과, 한국(0.066%)은 전체 37개국 중 29위로 집계됐다.
한은은 지난달 5일 ‘2024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치)’ 발표 당시 4분기 성장률을 0.1%로 공개했지만 반올림 전 실제 수치는 0.06%대로, 역(-)성장을 겨우 피한 수준이었다.
1∼5위 아일랜드(3.613%)·덴마크(1.849%)·튀르키예(1.688%)·중국(1.600%)·포르투갈(1.542%)은 1%를 훌쩍 넘었고, 경제규모가 훨씬 더 큰 미국(0.607%·17위)과 일본(0.556%·20위)도 우리나라보다 성장률이 높았다.
◇ 작년 1분기 6위에서 2분기 32위로…이후 반등 못해
한국의 세계 하위권 성장 성적표는 벌써 세 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성장률은 작년 1분기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1.3%를 기록할 당시만 해도 중국(1.5%)에 이어 6위 수준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2분기(-0.228%) 기저효과 등에 뒷걸음쳐 32위로 추락했고, 3분기(0.1%)에도 뚜렷한 반등에 실패하면서 26위에 그쳤다.
소비·건설투자 등이 살아나지 못하는 상태에서 12월 계엄과 탄핵 정국까지 이어지자 내수는 더 위축됐고, 결국 4분기(0.066%·29위) 역시 0%대 성장률과 30위 안팎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요국 2024년 분기별 성장률(전분기대비) (단위: %)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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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 2024 1분기 | 2분기 | 3분기 | 4분기 |
아일랜드 | 1.595 | -0.353 | 4.059 | 3.613 |
덴마크 | -0.123 | 1.4 | 1.218 | 1.849 |
튀르키예 | 0.975 | -0.196 | -0.067 | 1.688 |
중국 | 1.5 | 0.9 | 1.3 | 1.6 |
포르투갈 | 0.605 | 0.358 | 0.359 | 1.542 |
룩셈부르크 | 0.619 | 0.731 | -0.895 | 1.424 |
폴란드 | 0.841 | 1.391 | 0.074 | 1.332 |
인도네시아 | 1.24 | 1.21 | 1.211 | 1.209 |
그리스 | 0.105 | 1.246 | 0.351 | 0.902 |
스페인 | 0.967 | 0.831 | 0.769 | 0.782 |
스웨덴 | 0.746 | 0.177 | 0.633 | 0.759 |
에스토니아 | -0.039 | 0.184 | 0.23 | 0.683 |
체코 | 0.303 | 0.203 | 0.614 | 0.652 |
뉴질랜드 | 0.358 | -1.076 | -1.055 | 0.649 |
캐나다 | 0.454 | 0.685 | 0.549 | 0.647 |
헝가리 | 0.329 | -0.178 | -0.617 | 0.637 |
미국 | 0.405 | 0.739 | 0.76 | 0.607 |
호주 | 0.172 | 0.193 | 0.319 | 0.583 |
슬로베니아 | -0.039 | 0.149 | 0.396 | 0.562 |
일본 | -0.518 | 0.802 | 0.355 | 0.556 |
이스라엘 | 3.98 | -0.078 | 1.231 | 0.508 |
슬로바키아 | 0.656 | 0.25 | 0.311 | 0.508 |
네덜란드 | -0.183 | 1.007 | 0.847 | 0.37 |
칠레 | 1.656 | -0.422 | 1.47 | 0.363 |
스위스 | 0.371 | 0.545 | 0.434 | 0.192 |
벨기에 | 0.315 | 0.276 | 0.306 | 0.183 |
이탈리아 | 0.341 | 0.076 | 0.012 | 0.136 |
영국 | 0.906 | 0.458 | 0.001 | 0.095 |
한국 | 1.3 | -0.228 | 0.1 | 0.066 |
라트비아 | -0.204 | -0.041 | -0.172 | 0.045 |
핀란드 | 0.483 | 0.129 | 0.558 | -0.017 |
프랑스 | 0.074 | 0.259 | 0.408 | -0.101 |
독일 | 0.237 | -0.296 | 0.105 | -0.201 |
오스트리아 | 0.031 | -0.387 | -0.202 | -0.351 |
노르웨이 | 0.275 | 1.787 | -1.602 | -0.626 |
멕시코 | -0.032 | 0.287 | 0.915 | -0.632 |
아이슬란드 | 1.719 | 1.716 | -1.398 | -1.447 |
◇ “정치 불확실성 속 수출둔화·산불…1분기 역성장 가능성도”
올해 1분기(1∼3월) 성장률도 0%대에 힘겹게 턱걸이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정치 불안 속에 대규모 산불 사태까지 겹쳐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이 지속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아직 영향을 미치기 전인데도 수출 증가세까지 둔화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은의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1월 수출액(498억1천만달러)은 1년 전보다 9.1% 줄었다. 작년동월대비 기준으로 2023년 9월(-1.6%) 이후 16개월 만에 첫 감소다.
이에 따라 한은이 지난 2월 제시한 올해 1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 전망치 0.2% 달성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월까지 데이터를 취합해보면 올해 1분기 한국 성장률은 0.1% 안팎에 불과하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국내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 경기도 둔화한 만큼 1분기 역성장 가능성까지 있다.
특히 3월 말 산불 피해 역시 1분기 성장률 하방 요인으로 영향을 조금이라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탄핵 결정이 이전 비슷한 사례보다 늦어지면서 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는 기간도 길어졌다”며 “(1분기 성장률은) 한은이 전망한 0.2%나 그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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