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남주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진정세를 보이던 원·달러가 미국 트럼프 발 무역 전쟁 가능성에 발작해 5년 래 최대 증가폭을 보이며 1460원대에 재차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무역 갈등 격화와 국내 증시 부진에 따른 외국인 이탈에 단기간 1500원에 육박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다만 우리나라 정부를 비롯해 각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를 낮추기 위해 협상에 나서고 있고, 결국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 달러값이 힘을 잃을 것이라는 이유로 점차 하락해 1400원대 초반으로 진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오후 장에서 원·달러는 전일(1434.1원)대비 33.7원 오른 1467.8원에 마감했다. 지난 2020년 3월19일 40원 증가 이후 5년 래 최대 상승폭이다. 환율은 전날 오전 상승폭을 확대해 오전 한때 1471.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원·달러는 지난 4일 만해도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달러 약세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며 1434.1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낙폭은 32.9원으로 2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급등에 단 하루만에 1360원대로 복귀한 셈이다.
환율 발작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발표 후 중국이 맞불 관세를 발표하자 글로벌 무역 분쟁 우려에 안잔자산 선호가 짙어진 영향이 크다. 중국의 미국의 34% 상호 관세 부과에 대응해 이달 10일부터 미국산 상품에 대해 미국이 부과한 것과 같은 34% 관세로 맞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코스피에서의 연이은 외국인 이탈과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신중론도 환율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4일 버지니아주 알링턴 연설에서 “관세의 경제 영향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며 통화정책 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강행 의지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각국의 대응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에 원·달러가 단기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1500원에 육박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수출 타격에 따른 국내 저성장 우려와 증시에서의 외국인 이탈도 원화값을 짓누르고 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에 각국 통화가 절하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이달 9일로 예정된 국가별 추가상호 관세 협상 등 불안 요소가 남은 만큼 단기간 1480원 선까지 급등할 가능성은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환율 레인지로 1420~1490원을 제시하면서 “중국 정부의 맞대응 수위에 따른 위안화 변동성 확대 가능성과 더불어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라는 호재가 소멸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원·달러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봤다.
다만, 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원·달러의 점진적인 하락을 점치는 시각도 나온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일부 제거된 데 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국들의 보복 관세 천명에도 협상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관세 영향력이 점차 소멸될 것이란 의견이다.
최 연구원은 “트럼프와 상대국들의 강경한 자세를 보이면 한동안 환율 상방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관세 협상 여지가 남은 데 다 미국의 경기 둔화로 달러지수가 약해지며 2분기 중으로는 14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희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주 환율로 “원·달러는 글로벌 달러 약세 및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 하방이 우세하다는 점에서 미 달러화의 추가 약세 시 1420원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면서 “다만 글로벌 무역 전쟁 우려 등 위험 회피에 상방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