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ck Han 에디터] 세계 주요 증시가 최근의 급락세를 딛고 회복하는 모습이다. 지난 2020년 이후 최대 폭의 3일 하락 이후, 투자자들은 미국과 일본 간의 무역협상 움직임에 주목하며 위험자산에 다시 눈을 돌렸다.
8일(현지 시각) 뉴욕시장에서 S&P500 선물 지수는 2.3% 상승했고 나스닥 100 선물 지수는 2.1% 올랐다. 다우존스 선물 지수는 2.7%(1155포인트) 뛴 3만9320에 거래됐다.
특히, 엔비디아를 포함한 ‘매그니피센트 세븐’ 기술 대형주들이 반등을 주도했다. 최근 3거래일 동안 19% 폭락했던 애플은 이날 프리마켓에서 약 1% 상승했다.
#아시아 증시도 동반 회복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무려 6% 급등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본격 착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홍콩 증시도 국유펀드의 개입과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약속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의 무역 관세 전면 철회 제안을 거절하고, 중국에 대해 추가 50%의 수입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무역 긴장 완화 기대 속 불확실성은 여전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전략가 엘리어스 하다드는 “미국의 관세 위협과 이에 따른 보복 조치 가능성은 여전히 글로벌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랙록은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하며 현 주가 반등이 일시적인 ‘사이클성 약세장’의 일부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클 켈리는 “시장 반등은 일단락됐으며, 다음 국면은 관세 인하에 따른 상승이냐, 세계경제 둔화에 따른 하락이냐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미국 달러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 달러는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후 급락했다가 반등했다. 이는 주가가 급락하는 등 자산시장이 요동칠 때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리며 달러 가치가 올라갔던 과거 양상과 상반되는 것이다.
#달러 인덱스도 반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국 달러 인덱스는 지난 2일 상호관세가 발표된 뒤 1.6% 급락했다가 지난 2거래일 동안 반등했다. 이에 대해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미국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씨티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인 네이션 시츠는 “과거 위기 때 달러와 미국 자산은 언제나 안전자산이었다”며 자산시장에 공포성 매도세가 거셀 때 달러 가치 하락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나머지 세상을 상대로 계약의 조건을 바꾸면서 (달러와 미국 자산에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올라간 것은 아닐까”라며 “미국 자산은 지속적인 수요를 갖고 있다는 근간의 기대가 이전 세대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이런 기대가) 실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그샌티 데이터의 노르드위그는 최근 유럽 자금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런 자금 흐름이 자산 배분의 더 큰 추세가 된다면 장기적으로 미국 달러 같은 자산의 가치를 크게 움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채수익률 움직임이 중요
달러 가치와 함께 투자자들이 위기의 조짐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살펴봐야 할 변수는 미국의 국채수익률이다. 미국의 국채수익률은 지난주 상호관세 발표 후 증시 폭락 사태에서 하락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미국 국채를 매수해 가격이 올라갔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7일 국채수익률 급등은 주목된다. 물론 나벨리에 & 어소시에이츠의 나벨리에가 지적한 대로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과장돼 연준이 금리를 크게 인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에 국채 매도세가 일어났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날 증시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자 자금이 다시 증시로 이동할 수 있다는 판단에 국채 투자자들이 국채를 팔아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지난주와 같은 급격한 국채 가격 상승은 일단락됐다는 생각에 국채를 팔았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10~11일 인플레 지표에 쏠린 눈
하지만 증시가 여전히 큰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기는커녕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면 이는 심각한 국채 투매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자산의 상당 부분이 국채란 점을 감안하면 국채시장의 혼란은 금융 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는 뉴욕 경제클럽에서 “인플레이션이 올라가 금리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행보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반복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오는 10일과 11일에 각각 발표되는 지난 3월 소비자 물가지수(CPI)와 생산자 물가지수(PPI)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향방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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