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워터 창립자 레이 달리오, “관세 전쟁보다 근본 원인에 주목해야”
세계 경제·정치·지정학적 질서 동시 붕괴 경고… “역사적 반복 주기에 진입”
[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최근 고조되는 미·중 관세 갈등에 대해 “지금 벌어지는 일은 단순히 관세 때문이 아니다”라며 근본적인 구조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개인 투자자들도 더 큰 체계적 위험이 오고 있으므로, 표면적인 관세 문제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근본 원인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달리오는 지난 7일(현지 시간) 엑스에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오늘날 세계가 △통화 질서 △국내 정치 질서 △국제 지정학적 질서 △기후 변화 △기술 변화 등 다섯 가지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힘들은 서로 맞물려 있으며, 관세 문제는 이러한 복합적인 변화의 한 단면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달리오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세대에 한 번 나올 수 있는 중대한 변화이며,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킨 실제하는 힘이 무엇인지를 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역 불균형과 부채 구조
그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불균형과 부채 구조를 지적하며 “지속 불가능한 구조가 양국을 상호 의존 상태에 빠뜨렸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과도한 소비와 부채를 바탕으로 중국 상품을 수입했고, 중국은 이를 기반으로 미국 국채를 대량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이러한 경제 질서는 점차 붕괴 중이라는 것이다.
△ 너무 많은 부채를 지고 있고, 계속 부채에 의존하는 소비국(예: 미국)
△ 너무 많은 부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경제 유지를 위해 계속 상품을 수출해야 하는 채권국(예: 중국)
세계화가 퇴조하고 있는 지금, 주요국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무역·자본 불균형이 계속되는 것은 불합리하다. 미국은 중국이 필요한 물자를 공급해 줄지 걱정하고, 중국은 미국이 빚을 갚을지 걱정한다. 이는 일종의 ‘경제 전쟁’이며, 자급자족이 핵심이 된다.
적과의 동침…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힘
지금까지 유지돼온 구조, 즉, 중국이 저렴하게 생산하고, 미국이 수입하고,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이런 구조는 미국의 제조업을 약화시키고 중산층 일자리를 감소시켰다. 동시에 미국은 필요한 물품을 적대시하는 나라에서 수입하는 기형적인 상태에 놓였다.
(미국 내에서 이 같은 구조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달리오는 그 목소리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편집자 주.)
양극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미국 국내 정치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달리오는 “교육, 소득, 기회, 가치관의 격차가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민주주의는 타협과 법치를 전제로 하지만, 지금은 좌우 포퓰리즘이 충돌하며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협과 법의 지배는 모두 약화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런 시기에는 강력한 독재자가 등장하며, 고전적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는 장애물이 되곤 했다.
또한, 미국이 주도해 온 다자주의 세계 질서가 무너지고,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일방주의 질서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국이지만,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내세우며 무역, 기술, 지정학적 전쟁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수 변화와 파괴적 기술 발전
기후 변화, 가뭄, 홍수, 팬데믹 등 자연 현상은 점점 더 파괴적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같은 기술은 돈과 부채, 경제 질서, 정치 질서, 국제 질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국가 간의 경제적·군사적 관계뿐 아니라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방식까지 바꿔 놓을 것이다.
질서의 대전환기
달리오는 이 모든 변화가 역사 속에서 반복돼 온 ‘질서의 대전환기’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이 같은 불균형은 △대공황 △내전 △세계대전 등으로 이어졌으며, 이후 새로운 통화·정치·국제 질서가 형성돼 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다음 다섯 가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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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자본시장 및 경제 질서: 큰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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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치 질서: 지지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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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지정학 질서: 여러 방식으로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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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대응: 전 세계의 기후 문제 대응을 약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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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개발: 미국 내 기술 생산은 늘릴 수 있지만, 자본시장 불안으로 오히려 혁신이 위축될 수도 있다
그는 “관세 뉴스에만 집중하면 더 큰 흐름을 놓치게 된다”며 “다섯 가지 큰 힘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이해해야 지금과 같은 전환기를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역사
지금 벌어지는 일은 역사 속에서 수없이 반복된 사건들의 현대적 버전일 뿐이다. 과거 정책 결정자들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공부해보면, 지금 무엇이 일어날 수 있을지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과거에도 다음과 같은 조치가 취해진 적이 있다.
△ 적대국에 대한 채무 상환 중단
△ 자본 통제 도입
△ 특별세 부과
이런 정책은 한때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현실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책 결정자뿐 아니라 개인들도 이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이 열린 대화를 통해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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