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윤재] 콜로서스 리뷰(Colossus Review)는 2025년 4월호에서 매트 황(Matt Huang) 패러다임(Paradigm) 공동 창업자 겸 대표를 집중 조명했다. 이 매체는 황이 이끄는 패러다임이 전통 벤처캐피털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암호화폐 산업을 혁신하고 있으며, ‘조용한 통찰력’으로 기술·금융·조직문화를 이끄는 리더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황은 MIT 수학과 출신으로,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 재직 시절 바이트댄스(ByteDance) 초기 투자자로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이후 2018년 코인베이스(Coinbase) 공동 창업자 프레드 어삼(Fred Ehrsam)과 손잡고 패러다임을 설립했다. 창립 당시 투자금은 4천억 원 규모다. 당시 대다수 기관이 외면하던 암호화폐 산업 투자에 하버드, 스탠퍼드, 예일 같은 명문대 기금들을 유치했다.
“패러다임은 연구소이자 엔지니어 팀”
콜로서스 리뷰는 패러다임을 단순한 벤처캐피털이 아닌, 기술과 자본의 경계를 허문 ‘연구소 겸 창업 스튜디오’로 묘사했다. 이들은 직접 △탈중앙화 거래소 유니스왑(UNI)의 핵심 알고리즘 △NFT 기반 담보 대출 시스템 블렌드(Blend) △이더리움 네트워크 최적화 소프트웨어 Reth 등을 설계하고 오픈소스로 공개해왔다.
패러다임의 기술팀은 문제 해결을 위해 창업자들과 협업하며 필요한 경우 직접 인프라까지 개발한다. CTO 게오르기오스 콘스탄토풀로스(Georgios Konstantopoulos)는 이더리움 노드 소프트웨어를 18개월 만에 새롭게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이타카(Ithaca)를 분사해 상용화에 나섰다.
연구팀이 주도한 ‘불스아이 유동성(Bullseye Liquidity)’ 구조는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유니스왑 △노블(Noble) 등 포트폴리오 기업은 물론 암호화폐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실패 인정하고 기준을 더 높였다”
콜로서스 리뷰는 패러다임이 수익만이 아닌 원칙 중심의 운용 방식을 지향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투자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는 FTX 투자다. 패러다임은 약 2억78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FTX는 2022년 파산했다. 황은 이후 미국 법정에 직접 증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황은 인터뷰에서 “당시 샘 뱅크먼-프리드가 우리와 다른 비전을 갖고 있다는 징후가 있었다. 그는 직접 거짓 설명을 했고 신뢰를 배반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 이후 패러다임은 팀 규모를 62명에서 11명으로 줄이고, 창업자와의 철학적 정합성을 투자 필수 조건으로 삼았다.
이 외에도 NFT 마켓 오픈씨(OpenSea), 대출 플랫폼 블록파이(BlockFi) 등 고점 투자로 비판 받았지만, 황은 “하락기야말로 진짜 시그널을 포착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한다.
“암호화폐는 우리가 도와야 성공할 기술”
AI 열풍이 불어닥친 2023~2024년에도 패러다임은 초점을 바꾸지 않았다. 일부 홈페이지에서 ‘crypto’라는 단어를 제거했다는 이유로 커뮤니티 비판을 받았지만, 이는 외부 협업을 고려한 일시적 결정이었다. 황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우리가 투자한 기업들, 모두 암호화폐에 집중하고 있다. 철학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호화폐를 ‘멀티플레이어 기술’이라고 정의하며 “AI는 혼자서도 쓸 수 있지만, 암호화폐는 함께 써야 의미가 생긴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지켜야 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메일 초창기처럼 “한 명만 써선 쓸모없다”고 덧붙였다.
콜로서스 리뷰는 황의 리더십을 “높은 기준과 낮은 자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는 내부에서 가장 말을 아끼지만, 모든 구성원이 그 의견을 가장 무겁게 여긴다고 한다. 스트라이프(Stripe) 공동 창업자 패트릭 콜리슨(Patrick Collison)은 “그는 기술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푸는 사람”이라며 “보통 이런 사람은 투자자가 아니라 창업자가 된다”고 평가했다.
“투자가 아니라 창조다”
패러다임은 투자사임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함께 만든다’. 내부 연구와 프로토타입이 실제 기업으로 연결되고, 이를 통해 다음 투자 기회를 만든다. 실제로 패러다임의 툴들은 현재 전체 스마트 계약의 90%에 활용되고 있다.
콘스탄토풀로스는 “대부분 스타트업이 2년, 20명 필요할 작업을 우리는 몇 주 만에 해낸다”고 말했다. 그는 채용도 전통 방식이 아닌 오픈소스 기여를 기준으로 한다. “코드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콜로서스 리뷰는 패러다임을 ‘암호화폐판 세쿼이아+구글’의 실험으로 해석했다. “만약 세쿼이아가 구글을 투자하는 게 아니라, 구글을 직접 만들었다면?”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패러다임은 스스로 기술을 만들고, 인재를 키우고, 산업을 설계하고 있다.
황은 말한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직접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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