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 국채 시장에서 벌어진 극심한 투매 현상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의 ‘현금 쟁탈전(dash-for-cash)’을 연상케 하고 있다. 급등한 수익률(채권 가격 하락) 과 함께 스왑 스프레드는 이례적으로 -63bp까지 하락했고, 시장 전반에 걸친 청산 압력이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하루 만에 17bp 급등하며 4.425%를 돌파했다. 이는 최근 20년간 가장 극심한 변동성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손실을 본 헤지펀드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국채까지 매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스왑 스프레드의 급격한 축소가 이러한 매도를 뒷받침한다.
잰 네브루지(TD증권 미국 금리전략가)는 “자산 전반에서의 큰 변동이 베이시스 트레이드 청산을 촉발했다”고 말했다. 이 전략은 현물 국채와 선물 간 가격 차이를 노린 차익거래 방식으로, 지난 2020년에도 시장 붕괴의 주요 원인이 됐다.
마진콜 유발한 국채 투매…‘레버리지 100배’ 청산 본격화
헤지펀드는 일반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epo) 시장에서 자금을 빌려 국채를 매입하고, 이를 담보로 설정한다. 최근 국채 가격 하락은 담보 가치의 축소를 불러왔고, 그 결과 마진콜이 발생했다. 데이비드 롤리(루미스 세일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며칠 간 다수의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청산됐고, 은행에 마진콜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베이시스 트레이드 규모를 8000억달러 수준으로 추산했다. 그만큼의 레버리지가 청산되면, 은행의 국채 시장 유동성 공급 능력도 제한된다. 이는 세계 금융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미국 국채 시장 자체를 흔들 수 있는 규모다.
노무라증권의 조너선 콘 미국 금리전략 총괄은 “헤지펀드들은 스왑 스프레드 확대를 예상하고 포지션을 구축했으나, 최근 시장 급변으로 이를 청산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10년 만기 스왑 스프레드는 4월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 무역관세 발표 이후 급격히 축소돼 현재 -63bp까지 하락했다.
“수요 파괴의 신호” 스왑 스프레드 마이너스 전환
스왑 스프레드는 금리스왑 고정금리와 같은 만기의 국채 수익률 간 차이를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플러스 수치를 유지하지만, 최근처럼 국채가 대량 매도될 경우 음수로 전환된다. 이는 국채 자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티그룹은 이번 국채 투매가 ‘현금 쟁탈전(light dash-for-cash)’이며,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가 나타난 신호라고 분석했다. 또 “미국의 관세 정책은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달러화 축소를 유도하며, 이는 미국 국채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황이 단순한 변동성 확대를 넘어 미국 국채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드러낸 계기라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반복되는 ‘현금 쟁탈전’이 어디까지 번질지 주목된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