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비트코인이 미국의 관세 유예 조치와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에도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오전 8시50분 기준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날 오전 9시보다 2.69%(326만5000원) 하락한 1억2343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글로벌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BTC)은 4.1% 내린 7만9645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하락은 파생상품 시장에도 여파를 미쳤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에서는 약 8413만달러(약 1223억원) 규모의 청산이 발생했으며, 이 중 롱(매수) 포지션이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의 청산 규모는 약 2억9872만달러(약 4343억원)에 이르렀다.
비트코인의 하락은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주요 자산으로 구성된 코인데스크20 지수는 같은 기간 5.18% 하락했다. 바이낸스 기준 △엑스알피(XRP) △솔라나(SOL) △도지코인(DOGE) 등이 4% 이상 하락했고, 이더리움(ETH)은 8% 급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다.
시장 불안의 직접적인 촉매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관세 인상 발표였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25%에서 14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기존 84%의 상호관세에 펜타닐 관련 품목 20%의 추가 관세를 합산해 실질 관세율이 145%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보복 조치로 미국산 영화 수입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무역 갈등이 격화되면서 시장은 다시 불안에 빠졌고 이에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금은 온스당 3168달러로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키릴 크레토프 코인패널(CoinPanel) 수석 연구원은 “무역정책이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물가 상승률이 둔화됐다는 지표가 나왔지만, 시장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10일(현지시각)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해 2월의 2.8%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2.8% 오르며,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자 대상 금융 분석을 제공하는 ’코비시레터(The Kobeissi Letter)’는 “시장이 강한 고용 지표와 둔화된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을 지속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디지털자산시장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Fear&Greed) 지수는 이날 39점(공포)으로 전날(18점) 대비 개선됐다.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하고, 100에 가까울 수록 매수 경향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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