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ck Han 에디터]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한층 심화되면서, 금융시장은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흐름을 보였다. 반면 달러화는 기축통화로서의 신뢰 상실 우려로 급락하며 외환시장의 중심 이슈로 부상했다. 유로화와 엔화, 파운드화 등 주요 통화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고,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 가치 6개월래 최저…“미국 자산 매도 확산”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달러 지수는 이날 0.9% 하락해 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ING 은행의 프란체스코 페솔레 전략가는 “현재 우리는 명백한 달러 신뢰 위기 한복판에 있다”며 “달러 하락은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자산 매도’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혼란은 중국의 강력한 보복 관세 조치에서 촉발됐다. 중국은 미국산 전 품목에 대해 관세를 기존 84%에서 1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재정부는 미국의 조치를 “더 이상 상응할 가치조차 없는 ‘농담’ 수준”이라며, 무역갈등이 계속될 경우 “끝까지 싸우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증시는 은행 실적 시즌 돌입과 함께 소폭 상승했다. JP모건은 주식 트레이딩 부문에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으며,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과 준비금도 확대했다. 주가는 장전 거래에서 최대 4% 상승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시장 변동성에 힘입어 거래 수익이 급증하며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은행 실적 시즌 개막… JP모건 실적 호조에도 경기전망은 암울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실적 발표와 함께 “경제는 현재 상당한 혼란 속에 있다”고 밝혔고, 고객들이 무역갈등과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도 이번 분기 자금 유입이 예상치를 하회했다며 “지금은 2008년 금융위기와 팬데믹 때와 같은 구조적 전환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BoA의 수석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예외주의를 거부당하는 상황으로 몰고 있다”며, S&P500이 4,800포인트에 이를 때까지 주식을 매도하고, 단기 국채에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채권 수익률 상승, 주가 하락, 달러 약세가 글로벌 자산 매도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정책당국의 개입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게임의 룰을 무너뜨렸다”
이날 금은 온스당 3213.96달러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비트코인 역시 2.9% 올라 8만2177달러를 기록했다. 이더리움은 2.2% 상승해 1563달러 선을 회복했다. 반면 유럽 증시는 하락세를 보였으며, Stoxx 유럽 600 지수는 0.4% 하락했다.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bp(0.01%p) 하락한 4.41%를 기록했다.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4bp 하락해 2.54%로 내려갔으며, 영국은 반대로 4bp 상승한 4.69%를 나타냈다. 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보합세를 유지했다.
OFI 인베스트의 올리비에 바뒤엘은 “글로벌 무역의 주체가 스스로 규칙을 무너뜨렸으며, 그 종착지를 알 수 없다”며 “시장 참가자들은 지금 ‘불확실성의 안개’ 속에서 방향성을 잃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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