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제이 기자]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금융위원회의 사전 인가를 의무화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다음 달 국회에 제출된다.
15일 블록미디어 취재에 따르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음 달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 육성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민 의원이 해당 법안을 발의하면 업계 기본법이자 업권법의 제정을 위한 1호 법안된다.
스테이블코인, 금융위 인가 없으면 발행 불가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스테이블코인을 원화 등 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되고 환불이 보장되는 디지털자산으로 정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반드시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인가를 받지 않은 발행은 불법이 된다. 이는 기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거래소 중심의 규제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발행 단계부터 감독을 강화하는 첫 시도다.
주요 국가들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올해 상하원에서 각각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 ‘스테이블 액트’(STABLE Act) 등 관련 법안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법안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연방 차원의 인가제와 일대일 준비자산 보유, 상환권 보장 등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미카(MiCA) 규정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일대일 준비자산 보유와 인가 의무를 부과하고, 비준수 토큰의 거래를 금지했다.
아시아 국가들도 발 빠르게 준비 중이다. 일본은 최근 법 개정을 통해 준비자산 범위를 현금에서 단기 국채 등으로 확대하고 발행자 규제를 강화했다. 홍콩 역시 지난해 말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에 대한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을 의회에 상정해, 발행자와 서비스 제공자 모두에 대한 엄격한 감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주요국에서 스테이블코인 인가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제도 마련이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인가제⋯ “금융시장 안정성 강화에 방점”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기본법적 성격과 업권법적 성격을 결합한 종합 법률이다. 디지털자산 관련 산업군을 유형화하고 사업자에 대한 전반적인 규율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을 ‘분산원장에 디지털 형태로 표시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디지털자산을 △스테이블코인과 △기타 디지털자산으로 구분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인가와 발행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해, 법정화폐와 직접 연동되는 특성상 금융시장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데 방점을 뒀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외의 일반 디지털자산은 발행 전 금융위에 신고만 하면 되며, 금융위는 발행신고서의 형식적 요건을 심사해 수리 여부를 결정한다.
또 국내에 영향을 주는 경우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해, 해외사업자나 외국 거주자에 의한 불공정거래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모든 디지털자산은 발행액과 수량에 관계없이 사전에 금융위에 발행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금융위의 형식심사를 통과한 경우에만 발행이 가능하다.
디지털자산업 유형 9개 나눠…업종별 진입·행위규제 체계화
법안은 △자산매매업 △자산중개업 △자산보관업 △자산집합운용업 △자산지갑관리업 △자산일임업 △자문업 △주문전송업 △유사자문업 등 디지털자산업을 9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각 업종별로는 인가, 등록, 신고 등 진입규제를 차등 적용했다. 인가 대상 업종으로는 자산매매업, 자산중개업, 자산보관업 등이 있다. 등록 대상에는 자산집합운용업, 자산지갑관리업, 자산일임업, 자문업이 해당된다. 신고 대상으로는 주문전송업과 유사자문업이 있다.
디지털자산업자에게는 신의성실 의무, 명의대여 금지, 업무위탁 제한, 이해상충 관리,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광고규제 등 공통 행위규제와 함께 업종별 특성에 맞는 추가 규제가 적용된다.
디지털자산업자의 건전성을 위해 대주주 변경 승인, 임원 자격 제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설치, 내부통제기준 마련, 준법감시인 및 위험관리책임자 선임 등을 의무화했다. 또한 재무건전성 유지,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전산안정성 유지의무 등도 규정했다.
디지털자산의 상장은 디지털자산거래소 또는 다자간매매체결업자(코인거래소)만 가능하도록 했으며, 상장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상장된 디지털자산은 주기적인 유지심사를 통해 관리되며, 상장폐지 사유 발생 시 모든 국내 거래소에서 동시에 상장폐지되도록 했다.
법안은 미공개중요정보이용행위, 시세조종, 부정거래,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과징금 부과와 거래 및 임원선임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했다.
빈자리던 법정협회도 추진⋯디지털자산위원회·협회 설립 명시
산업 진흥을 위해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디지털자산위원회(디자위)를 설치하고, 디지털자산산업 기본계획 수립, 실태조사 실시 등을 통해 산업 육성을 지원하도록 했다. 디자위는 3년마다 산업 육성과 진흥을 위한 중장기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의무화되며, 이를 위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사업자를 대상으로 매년 1회 실태조사(발행·유통 현황, 기업 영업활동, 스테이블코인 발행현황, 산업 경쟁도 평가 등)를 실시한다. 이러한 실태조사는 시장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기반 자료로 활용된다
이와 함께 법안은 한국디지털자산업협회 설립도 명시했다. 디지털자산업자는 의무적으로 협회에 가입하도록 했다. 협회 내에는 △상장심사위원회 △시장감시위원회를 둬 디지털자산의 상장·상폐 심사와 불공정거래행위 감시 등 자율규제와 시장질서 유지를 담당하도록 했다. 협회는 회원 간 건전한 영업질서 확립, 이용자 보호, 상장·상폐 심사, 시장감시, 교육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1회원 1의결권 원칙을 통해 특정 회사의 영향력도 제한한다.
이번 법안은 가상자산 대신 디지털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평소 명칭 변경의 필요성을 지적한 민 의원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 의원은 디지털자산 관련 세미나 자리마다 “가상자산이라는 용어 대신 디지털자산이라는 명확한 개념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민 의원은 지난 11일 언론사 포럼을 통해서도 “올해 안에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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