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비트코인은 더 이상 단순한 저장 수단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비트코인이 실제로 사용되고, 생산적인 자산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이 흐름은 새로운 1조달러(약 1420조원) 규모 시장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카일 엘리콧(Kyle Ellicott) 스택스 아시아 재단 대표가 15일 서울 잠실 롯데 시그니엘 호텔에서 열린 ‘비들 아시아 2025’에 연사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BTC)은 더 이상 보관만 하는 자산이 아니라 실사용이 가능한 생산성 자산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이 변화는 기술적 진화뿐 아니라 제도·시장 전반의 움직임과 맞물려 본격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확장은 기술 발전과 더불어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특히 2023년 ‘오디널스(Ordinals)’의 등장 이후 개발 활동이 본격화되며 비트코인 네트워크 내 총예치금액(TVL)은 급속히 증가했다. 2023년 약 300만달러(약 43억원)였던 TVL은 지난해 65억달러(약 9조2580억원)로 20배 넘게 뛰었고, 올해는 76억달러(10조 8250억원)를 기록 중이다.
이는 전체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0.5% 수준이다. 엘리콧 대표는 “비트코인이 보관하는 자산에서 활용되는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강조하며, 이더리움(ETH)과의 비교를 통해 시장 가능성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 이더리움 생태계에서는 시가총액 대비 실제로 디앱이나 스마트 컨트랙트 등에서 활용되는 비율이 약 21%에 이른다”며 “같은 기준을 비트코인에 적용하면 최대 3700억달러(약 527조원) 규모의 잠재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1달러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활성 지갑이 4700만개에 달하는 만큼, 이 시장을 뒷받침할 사용자 기반도 이미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보관’에서 ‘활용’으로…비트코인의 진짜 쓰임이 시작됐다
이 같은 성장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선 기술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엘리콧 대표는 “단순한 레이어2 확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비트코인 레이어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가능케 하는 주요 기술로 △비트코인 스테이킹 △토큰화된 비트코인 자산(SBTC) △신뢰 최소화 트랜잭션(BitVM) △실시간 거래 속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은 시장 참여의 확대다. 엘리콧 대표는 제도권 자금의 본격 유입을 이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개 이상의 비트코인 ETF가 출시됐고, 이를 통해 400억달러(약 57조원) 이상이 유입됐다”며 “기관 투자자뿐 아니라, 아부다비 등 일부 국가는 국부펀드를 통해 직접 ETF에 투자하면서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TF부터 국부펀드까지…비트코인을 둘러싼 큰 손들의 움직임
기업들의 참여도 증가하고 있다. 그는 “올해 비트코인을 재무제표에 편입한 상장기업 수가 75곳을 넘었다”며 “이는 단순 투자 차원을 넘어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일본,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디지털 자산 관련 정책을 완화하고 있으며, 파키스탄도 최근 기관 투자를 허용하는 규제 변경을 발표했다”며 “이러한 변화는 개별 사례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으로 구조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엘리콧 대표는 이처럼 기술 발전과 제도적 변화, 그리고 시장 참여 확대가 맞물릴 때 비트코인의 생산성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0.5%만이 실제로 활용되고 있지만, 이 비율이 1%, 나아가 5%까지 확대된다면 비트코인 디파이 시장만으로도 1조달러 규모의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며 “이는 단순한 자산 운용을 넘어 기술과 정책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금 이 순간 가장 주목할 만한 기회의 장”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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