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에 조용한 충격이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언으로 위축됐던 투자 심리가 안정을 찾아가던 찰나, 이번에는 일본 금융시장에서 위험 신호가 포착됐다. 30년물 국채 금리가 20년 만에 최고로 치솟고 엔화 순매수 포지션(COT)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시장에서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다.
# 일본 엔화 순매수 포지션…’역대 최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2025년 15주차 기준 일본 엔화의 COT(Commitment of Traders) 순매수 포지션은 308,736건으로, 전주 대비 48,415건 급증했다. 1986년 COT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다. 비슷한 급등 사례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팬데믹 초기 등 극심한 리스크 오프 국면에서 나타난 바 있다. 이 지표가 극단적 순매수로 전환되었다는 것은, 시장의 핵심 세력들이 엔화를 안전자산으로 판단하고 빠르게 매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일본 국채 금리 ‘쇼크’…60bp 급등
일본 국채시장에서도 이상 조짐이 뚜렷하다. 4월 15일 기준 3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전주 대비 60bp(0.6%) 상승한 2.88%를 기록, 2004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20년 만에 최고치다. 또한 5년물과의 금리차는 20년래 최대폭으로 벌어졌으며, 10년물 금리도 1.37%까지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장기 보유에 대해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초장기 금리 급등은 단순한 기술적 조정이 아닌, 글로벌 자금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적 변화의 전조일 수 있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순국제투자국이자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1조790억 달러)으로, 자금 운용 방향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 일본 자금의 귀환?…글로벌 시장 ‘리스크 오프’ 촉발 우려
초장기 국채 금리 급등은 일본 내 자산 수익률을 높이면서 해외 자산에 투자하던 기관들의 포트폴리오 전략에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 일본 연기금(GPIF), 생명보험사, 연금펀드와 같은 기관투자자들은 지금까지 낮은 국내 금리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 채권, 글로벌 주식,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자산을 본국으로 회수하려는 일종의 ‘자금 귀환(Repatriation)’ 흐름이 본격화될 수 있다. BCA리서치의 글로벌 자산배분 수석 전략가인 개리 에반스(Garry Evans)는 CNBC 인터뷰에서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제투자를 보유한 나라”라며, “이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글로벌 시장에 분명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비트코인, 회복 시도 속 또 다른 먹구름
비트코인은 지난주 트럼프의 관세 폭탄 이후 S&P500과 나스닥 등 전통 자산군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와중에도 비교적 선방하며 디지털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을 다졌다. 그러나 이러한 회복세가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지난해 8월에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시작되며 비트코인이 급락한 바 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일본 자금의 회수 흐름이 다시 시작된다면, 비트코인 또한 단기적인 매도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최근의 엔화 강세와 장기 금리 급등은 단순한 국채 시장 이슈를 넘어, 전 세계 위험자산과 연계된 캐리 트레이드 구조 전반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 트리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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