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비트코인(BTC)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 속에 소폭 하락하며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디지털자산(가상자산)과 주식 시장 모두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오전 8시 45분 기준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BTC)은 0.39%(47만4000원) 하락한 1억2231만원에 거래 중이다. 글로벌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0.97% 내린 8만3679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더리움(ETH)은 1.72%, 엑스알피(XRP)는 1.69% 각각 하락했다. 같은 날 미국 증시 역시 관세 관련 불확실성의 영향을 받았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39% 하락한 4만368.72에 마감했고, S&P500지수는 0.17% 내린 5396.61, 나스닥지수는 0.05% 떨어진 1만6823.17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불안은 파생상품 청산으로도 이어졌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총 1억9356만달러(약 2756억원)가 청산됐고, 이 중 비트코인은 4782만달러(약 683억원)에 달했다. 특히 비트코인 청산 포지션의 53%는 숏(매도) 포지션으로 집계됐다.
수익성 악화로 인한 채굴자들의 대량 매도 역시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 7일 하루 동안 채굴자들이 시장에 내놓은 물량은 총 1만5000 BTC로 올해 들어 세 번째로 많은 일일 매도 규모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7만5000달러 아래로 떨어진 상황을 감안하면 약 11억2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가 시장에 쏟아진 셈이다. 이 같은 매도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관련 발언 이후 커진 시장 변동성이 더해지며 더욱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채굴자들은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연산 작업에 대한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지급받지만, 최근에는 가격 하락과 거래 수수료 감소, 해시레이트 급등으로 수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크립토퀀트는 “비트코인 네트워크 해시레이트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채굴 비용이 급증했다”며 “이로 인해 채굴자의 평균 영업 마진이 1월 말 53%에서 현재 33%까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 산업 지원을 약속하며 △국가 비트코인 전략 비축 계획 승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디지털자자산 기업 대상 소송 다수 철회 등 친화적 정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크립트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미국에서 열린 ‘마이닝 디스럽트(Mining Disrupt)’ 컨퍼런스에 참석한 채굴 기업들은 채굴 난이도와 전기 요금이 계속 오르면서 업계 전반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채굴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거나 정책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채굴자들의 매도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디지털자산시장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Fear&Greed) 지수는 이날 38점(공포)으로 전날(31점) 대비 상승했다.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하고, 100에 가까울 수록 매수 경향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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