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둔화돼 하락장에 진입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16일 서울 잠실 롯데 시그니엘 호텔에서 열린 ‘비들 아시아 2025’에서 온체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트코인(BTC) 시장의 현황과 구조적 흐름에 대해 “현재 비트코인 시장은 실질 수요가 둔화되고, 투자자들이 실제로 투입한 자금 총액도 정체 상태로 이미 하락장에 진입했다고 “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기관 매수세가 정점을 찍고 둔화되고 있다”며 “시장 가격과 실현 시가총액 간 괴리 역시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현 시가총액은 투자자들이 실제로 비트코인을 매입한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전체 자금 유입 규모다. 주 대표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현 시가총액은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라며 “이는 시장에 실질 자금 유입 없이 가격만 부풀어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겉으로는 가격이 오르더라도 실제 자금 흐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속 없는 상승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온체인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부터 올해 초까지 약 3740억달러(약 533조원)의 자금이 비트코인 시장에 유입됐다. 그러나 이 자금의 대부분은 미국 투자기관들이 비트코인을 장기 보관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자지갑으로 들어갔다. 주 대표는 “이는 실생활에서의 사용보다는 투자 자산으로 보유하려는 수요가 대부분이었으며, 가격 상승에 기여하는 실질 거래로 이어지지 않은 자금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이러한 자금 유입 흐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비트코인 투자 상품은 초기에는 꾸준한 자금 유입을 보였지만 최근 3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거래량은 크게 증가했지만 가격은 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주 대표는 이를 두고 “매수보다 매도 압력이 강하다는 신호이며, 시장이 투자자 간 물량이 교환되는 ‘분산 단계’에 들어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급 둔화와 가격 정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기술적 기반은 여전히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그는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연산 능력인 해시레이트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 채굴 기업들이 장비 도입을 확대하면서 네트워크 인프라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 대표는 “네트워크의 성장세와 달리 시장의 실질 수요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기술적 확장은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가격과의 괴리를 심화시켜 조정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트코인 중심의 흐름은 다른 디지털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 대표는 “이번 상승장에서는 대부분의 알트코인이 뚜렷한 반등 없이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시장 전체가 함께 오르기보다는 극소수 종목만 가격이 상승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비트코인에만 집중돼 있고, 이 자금이 다른 디지털자산으로 확산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알트코인 시장에 제약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 대표는 한국 시장의 특수성도 언급했다. 그는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는 전체 거래의 97%가 알트코인으로 비트코인은 2%에 불과했다”며 “이는 기관 투자자가 참여할 수 없는 환경 때문으로, 리테일 중심의 거래 구조가 뚜렷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최근 정부 차원에서 법인 계좌 개설 허용 등의 제도 개선이 논의되고 있어 시장 구조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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