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고율 관세의 부작용을 경고하면서 비트코인(BTC) 가격이 장중 2% 넘게 급락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와 각국 기업의 재무자산 채택 확대에 힘입어 낙폭을 줄이며 보합권까지 올라왔다.
17일 오전 8시 45분 기준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BTC)은 전일 대비 0.16%(19만2000원) 내린 1억2195만원에 거래 중이다. 글로벌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0.48% 상승한 8만404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더리움(ETH)은 0.59% 엑스알피(XRP)는 0.14% 각각 하락했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 관련 청산 규모는 약 7228만달러(약 1024억원)이며, 이 중 61%는 롱(매수) 포지션이었다. 같은 기간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약 2억9456만달러(약 4174억원)가 청산됐다.
비트코인은 이날 새벽 장중 8만6000달러 선까지 오르며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급락했다. 그는 16일(현지시간) 시카고 경제클럽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고용이라는 연준의 목표가 충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시장에서 5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퀸 톰슨 레커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는 “파월이 채권시장 불안을 ‘질서 있는 움직임’으로 표현한 점에서 5월 금리 인하 기대는 사실상 사라졌고, 6월 인하도 장담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후안 레온 비트와이즈 선임 연구원 역시 “파월이 계속해서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고수하지만, 결국 ‘이미 늦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며 “시장 흐름만 봐도 연준이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매파적 기조가 유지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부담이 커진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는 뚜렷해지고 있다. 금은 최근 지정학적 긴장과 거시 불확실성 속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은 여전히 안전자산보다는 위험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QCP 캐피털은 “비트코인은 아직 금과 같은 안전자산 대체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당분간 하방 리스크에 대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딜런 베인 메사리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트럼프 정부 시절 무역 전쟁 상황에서도 안전자산보다는 위험자산처럼 반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앞으로 글로벌 경제 질서가 재편될 경우 비트코인의 성격도 달라질 수 있다”며 “고율 관세가 세계 무역을 위축시키고 국제 협력을 훼손하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고, 이는 비트코인 같은 자산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디지털자산시장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Fear&Greed) 지수는 이날 29점(공포)으로 전날(38점) 대비 하락했다.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하고, 100에 가까울 수록 매수 경향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