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제롬 파월의 해임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퍼졌다.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은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18일 오전 8시 50분 기준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BTC)은 전일 대비 0.75% 오른 1억2276만원에 거래됐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1% 상승한 8만4939달러를 기록했다. 이더리움(ETH)은 0.6%, 솔라나(SOL)는 2.85% 각각 오르며 시장 전체가 오름세를 보였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에서는 약 2861만달러(약 406억원) 규모의 청산이 발생했으며, 이 중 롱(매수) 포지션이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의 청산 규모는 약 1억2425만달러(약 1763억원)에 이르렀다.
시장 불확실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의장 해임 검토 소식에서 비롯됐다.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자신의 관세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 대해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 의장은 관세가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을 동시에 유발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개월 전부터 파월 의장 해임을 검토해왔으며, 전 연준 이사 케빈 워시가 후임으로 물망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워시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모두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금융시장에 심각한 파장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변수 외에도 거시경제 지표는 시장 불안을 부추겼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일곱 번째 연속 인하했고,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 지수는 -26.4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생산자 물가 지수는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며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JP모건은 비트코인이 기대만큼의 안전자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서 JP모건은 “금은 안전자산 선호 흐름의 수혜를 입은 반면, 비트코인은 그렇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은 최근 366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금 ETF와 선물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은 지난 1월 20일 트럼프 취임일에 기록한 10만9000달러에서 20% 이상 하락해 현재 8만5000달러 안팎에서 횡보 중이다.
미국 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해 말 금 ETF를 순자산 기준으로 일시적으로 앞섰지만, 이후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며 다시 열세로 돌아섰다. JP모건은 “ 비트코인이 최근 들어 미국 기술주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전통적인 의미의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은 위기 상황에서 실수요가 뒷받침되지만,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투기적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비트코인은 최근 주식 시장보다는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S&P500과 나스닥 지수가 각각 약 6% 하락한 반면, 비트코인은 4월 초 수준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JP모건은 “비트코인의 안전자산 역할이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다”며 “금의 대체재로 자리매김하기엔 아직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상승과 하락을 모두 대비한 전략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데리빗(Deribit)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 9만~10만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콜옵션을 매수한 반면, 다른 투자자들은 8만달러 행사가의 풋옵션을 매수하며 하락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장은 당분간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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