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블록미디어 김제이 기자] 홍콩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규제를 섹터별로 체계화하며 글로벌 웹3 허브로 빠르게 도약하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SFC)와 홍콩금융관리국(HKMA)이 주도하는 촘촘한 규제 체계는 분야별 맞춤형 법제화를 통해 시장 신뢰를 높이고 있다.
“홍콩의 디지털자산 규제는 핀셋으로 각 섹터를 정밀하게 집어내듯 체계화되어 있습니다.”
홍콩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해온 케이앤엘게이트(K&L Gates)의 이재호(Jay Lee) 파트너 변호사는 지난 9일 <블록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디지털자산 규제의 특징을 이같이 표현했다. 그는 홍콩에서 20여 년간 금융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최근 6~7년은 디지털자산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홍콩의 디지털자산 규제는 증권선물위원회(SFC)와 홍콩금융관리국(HKMA)이 주도하고 있다. SFC는 2023년 6월부터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VATP) 라이선스 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이 제도는 증권선물조례(SFO)와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방지조례(AMLO)에 따라 홍콩에서 사업을 영위하거나 홍콩 투자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는 중앙화된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에 적용된다.
SFC는 디지털자산을 증권형 토큰과 비증권형 토큰으로 구분해 라이선스를 부여한다. 증권형 토큰 거래 플랫폼은 SFO에 따른 제1종 규제활동(증권 거래) 라이선스가 필요하며, 비증권형 토큰 거래 플랫폼은 AMLO에 따른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 라이선스가 요구된다. 2025년 2월 기준으로 10개 기관이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이 변호사는 “홍콩은 OTC 채널, 거래소, 스테이블코인 등 각 섹터에 맞는 규제를 개발했다”며 “기존 금융 라이센스에 디지털자산 관련 조건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규제 체계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콩, 세 가지 축으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
홍콩의 중앙은행인 HKMA는 핀테크 프로모션 로드맵을 통해 AI와 블록체인을 핵심 기술로 강조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HKMA는 핀테크 핀테크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 AI와 블록체인 기술의 사용을 장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HKMA는 이를 통해 핀테크 산업을 키우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홍콩정부는 블록체인 산업의 육성을 위해 많은 정책과 녹색채권 토큰화 등의 이니셔티브를 시행하고 있다”고
홍콩은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해 세 가지 주요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첫째는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간 거래를 위한 홀세일 CBDC, 둘째는 예금의 토큰화, 셋째는 비은행 기관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그는 “이 세 가지가 결합되면 토큰화된 증권이나 펀드를 구매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온라인뱅킹 앱은 자금 흐름에 대한 사실 증명이 없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블록체인상의 토큰화된 예금으로 증명이 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규제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위해 샌드박스 기업도 선정했다홍콩금융관리국은 2024년 7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샌드박스 참여기업으로 △징동 코인링크 테크놀로지 △RD 이노테크 △스탠다드차타드은행(홍콩)·애니모카브랜즈·홍콩텔레커뮤니케이션즈(HKT) 연합 등 3개 기관을 선정했다. 특히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컨소시엄은 올해 2월 홍콩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을 발표했다.
중국 본토와 차별화된 홍콩의 디지털자산 전략
중국 본토가 디지털자산에 대해 전면 금지 정책을 펼치는 것과 달리, 홍콩은 적극적으로 친화적인 규제를 도입하며 글로벌 디지털자산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12월6일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발표하고 12월18일 입법회에 제출했다. 해당 법안은 올해 상반기 내 통과가 예상된다. 법안은 홍콩 달러나 기타 법정화폐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홍콩금융관리국(HKMA)의 라이선스 취득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규제에서 주목할 점은 홍콩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뿐만 아니라 다른 통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발행도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을 열어두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6~9일간 진행된 ‘홍콩 웹3 페스티벌’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에 대해 많은 논의를 나눴다. 리타 리우 RD테크놀로지스 최고경영자(CEO)는 “수출입 기업들이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을 받으면 전통적인 결제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거래할 수 있으며, 외환 전환 과정도 줄일 수 있다”며 “홍콩이 중요한 결제 센터 중 하나이며 역외 위안화 예금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미국·홍콩, 스테이블코인 법안으로 생태계 확장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일 행정명령을 통해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과 디지털자산 시장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방향성도 이전의 반(反) 디지털자산 성향에서 벗어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올해 상하원에서 각각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 ‘스테이블 액트’(STABLE Act)가 등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연방 차원의 인가제와 일대일 준비자산 보유, 상환권 보장 등 엄격한 기준을 마련 중이다. 그는 “미국은 빠르게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마련 중”이라며 “홍콩도 올해 상반기 내에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돼 스테이블코인이 확장되고, 결과적으로 디지털자산 생태계가 전체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 홍콩, 유럽이 디지털자산 규제를 선도하면서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실제 자산을 구매하려면 언래핑(토큰환원)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차만큼 기술적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지연될수록 디지털자산 생태계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홍콩 재정장관인 폴 챈은 지난 7일 홍콩 웹3 페스티벌에서 “올해 말까지 더 상세한 디지털자산 정책 프레임워크를 발표할 것”이라며 “웹3를 활용해 전통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고 실물 경제를 지원하며 디지털자산 기술 응용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