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윤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카드를 꺼내며 글로벌 시장의 중심에 섰다. 2025년 4월부터 미국은 거의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중국산 제품에는 100%를 넘는 초고율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세계 주요 금융지수는 급락했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당혹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같은 충격의 이면엔 단순한 보호무역주의를 넘어선 정치적·경제적 전략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트럼프의 관세 공세가 크게 두 갈래 목적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의 전략적 우위 확보 △과열된 자산시장의 선제적 디레버리징 유도다.
중국을 고립시키는 관세 전술…동맹국에는 ‘선택’을 강요
트럼프가 관세를 무기로 삼은 가장 명확한 목표는 중국이다. 2025년 현재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전면전’ 수준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중국은 125%에 이르는 보복관세로 대응 중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 구조상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양이 훨씬 많아, 중국이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 보복 수단은 제한적이다.
트럼프는 애초에 중국 외 국가들에는 실제로 관세를 부과할 의도가 크지 않았다고 본다. 그의 목적은 ‘관세 자체’보다도, 이 무역 장벽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중국을 압박하고 동맹국들로 하여금 미국 편에 서게 만들도록 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수십 개국이 미국과 양자 협상을 진행했고, 중국은 이에 대응해 자국 상품에 대한 수입 관세를 올렸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소비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국가는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 미국 수요 감소는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진다. 반면, 중국은 자급자족형 경제로 점점 이동하고 있으며 수출 비중이 높고, 수입은 △러시아 △베트남 △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다.
실제로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국은 내수 중심 성장 전략을 강화했고, 수입 대체 노선도 강화했다. 중국 GDP 100달러 증가당 수입 증가액은 과거 21.5달러에서 최근 12.5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중국은 외산 제품을 언제든 자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한국의 배터리·디스플레이 산업에서처럼 외국 기업에 문을 열었다가도 △자국 우선주의 △수입 제한 △규제 강화 등으로 정책을 급변시켜온 사례도 많다.
결국, 다수의 국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경우 미국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로 유도하는 자산시장 조정…“거품 제거는 미리”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금융시장에도 깊은 충격을 줬다. S&P500과 나스닥 등 미국 주요 지수는 최근 관세 발표 이후 10% 이상 급락했고, 글로벌 자산 가치 약 10조 달러가 증발했다. 이 과정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 포지션은 대거 청산되며 연쇄적인 마진콜과 매도 압력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무역 뉴스’가 아닌 의도된 디레버리징 전략으로 본다. 2025년 현재 미국 가계의 총자산 대비 GDP 비율은 5.7배, 총 부채는 GDP의 3배 이상이다. 미국 경제는 실물보다 금융 자산의 가격 상승에 더 크게 노출돼 있으며, 글로벌 투자자들은 △엔화 캐리 트레이드 △스테이블코인 차익거래 △고수익 펀드 등 다양한 레버리지를 통해 미국 자산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이러한 시장에 충격을 줌으로써 의도적으로 ‘거품’을 조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같은 위기가 본인 임기 중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요컨대, 시장 붕괴를 ‘먼저 일으켜서 방어하는’ 방식이다.
‘협상가 집단’의 접근법…관세는 시작일 뿐
트럼프 행정부는 △펀드매니저 △사모펀드 CEO △투자은행 출신 등 비즈니스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외교, 무역, 경제정책을 비즈니스 협상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들에게 관세란 단순한 수단이 아닌, 협상과 조율의 시발점이다.
이들은 반복적으로 △위협 △지연 △재협상 △조건부 타결이라는 협상 프레임을 사용한다. 실제로 과거 멕시코, 캐나다와의 무역 협정에서는 초기 강경한 관세 위협이 결국 양보를 이끌어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장 변동성은 그들에게 협상의 일환이다. 불안정성을 만들고, 그 안에서 거래의 틀을 재편하며, 새로운 권력 구조를 형성한다. 이번 관세 역시 시장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글로벌 무역 질서를 새롭게 짜기 위한 첫 수순일 수 있다.
결론: 관세는 수단, 목표는 구조 재편
트럼프의 관세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무역장벽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지정학적 전략과 금융 리스크 관리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통해 중국을 고립시키고, 동시에 과열된 미국 자산시장의 거품을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꺼뜨리려는 시도다.
이 같은 관세 전략은 ‘무질서한 세계’에서 미국 중심의 새 질서를 만들기 위한 레버리지로 활용된다. 시장은 이제 트럼프의 언어를 단순한 정치 수사로 보기보다, 그 이면의 전략과 계산을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말 한마디에 시장이 흔들리는 시대, 트럼프의 ‘관세 전술’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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