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류재준] 에테나 랩스(Ethena Labs, $ENA)가 2024년 12월 16일 ‘USDtb’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했다. 2024년 2월에 출시된 합성 달러(Synthetic Dollar) ‘USDe’에 이은 두 번째 스테이블코인이다. USDe는 출시 이후 테더(USDT), 유에스디코인(USDC), 유에스디에스(Sky, $USDS)에 이어 약 49억 달러로 시총 4위에 안착하며 대표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에테나가 첫 스테이블코인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이후에도 USDtb를 출시한 건 어떤 의도에서였을까? 그리고 에테나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그리는 미래는 무엇일까?
안정적인 담보 자산을 보유한 USDtb
USDtb는 법정화폐에 1:1로 페깅되는 스테이블코인 중에서도 안정적이라고 평가된다. USDtb의 준비금인 현금 및 현금 등가물의 90%를 블랙록(BlackRock)의 이더리움(ETH) 기반 토큰화 머니마켓 펀드(MMF) ‘BUIDL’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BUIDL은 가장 안정적인 자산으로 평가 받는 미국의 단기 국채, 환매조건부채권 등에 투자한다.
BUIDL은 펀드 자산을 담보로 ‘BUIDL 토큰’을 발행한다. BUIDL 토큰은 가격이 1달러에 고정되어 있으며, 국채 이자를 포함하여 펀드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에 투자자들에게 BUIDL 토큰의 형태로 수익을 배분한다. 즉, USDtb 보유자는 BUIDL 펀드 수익의 일정 부분을 이자로 지급받게 된다.
한편, USDtb 준비금 중 나머지 10%는 상환 목적의 USDC로 구성된다.
에테나 랩스는 USDtb 관련 지표들을 온체인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현재 USDtb의 발행량은 14.4억달러(약 2조원)를 넘어서며 급성장 중이다.
담보 자산으로 14.4억달러를 보유 중으로 담보율은 100%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USDtb는 블랙록의 BUIDL을 기반으로 안정성과 신속한 상환 능력을 확보하였다. 향후 BUIDL의 성장세와 함께 디지털 달러 시장 내 USDtb의 입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USDtb는 USDe의 보완재?
주목할만한 점은 USDtb 자체가 USDe의 담보 자산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또 다른 스테이블코인의 담보 자산으로 활용된다는 점은 사뭇 이해하기 어렵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합성 달러’로 불리는 USDe의 ‘델타-중립 전략’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사용자가 이더리움, 비트코인(BTC), 솔라나(SOL) 등의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면 USDe가 민팅(발행)된다. 사용자가 이더리움을 예치했다고 예를 들면, 예치된 이더리움은 현물 롱 포지션에 해당하며 에테나는 선물 시장에서 이더리움 예치량만큼의 숏 포지션을 취한다. 상승장에서는 숏 포지션에 펀딩비(Funding Fee)가 지급되기에 에테나는 USDe의 가격을 1달러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펀딩비 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현물 롱 포지션과 무기한 선물 숏 포지션을 조합해 달러에 가까운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델타-중립 전략’이라 부른다. 담보물은 시장 상황에 따라서 스테이블코인, stETH(스테이킹된 이더리움)도 활용된다.
그런데 상승장이 아닌 하락장인 경우에는 어떨까? 숏 포지션이 롱 포지션에게 펀딩비를 지급해야하므로 USDe의 전체 수익률이 낮아져 sUSDe에 축적되는 이자가 적어진다. 실제로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되며 불과 몇 달 전 20%에 육박하던 sUSDe의 APY가 상당 부분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평균적인 펀딩 비율이 떨어지는 금리 상승기에는 sUSDe의 수익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반면, USDtb는 금리 상승기에 미국 국채 수익을 공유하기에 이자 수익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수익률 측면에서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이 두 상품을 적절히 결합하여 거시적인 역풍에도 이자 수익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에테나는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하여 USDe를 USDtb로 스왑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USDtb라는 헷징 수단이 추가됐기 때문에 USDe를 단일로 사용하는 것 대비해 안정적인 이율 유지가 가능하다. 요즘같이 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암호화폐 하락장이 이어지는 시기에 USDtb는 하나의 대안으로 부상한다.
USDtb의 본질: 전통 금융(TradFi)과 디파이(DeFi)의 매개체
USDtb는 여느 스테이블코인과 마찬가지로 △지불 △자산 거래 △담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USDtb는 디파이 생태계 전반에서 자유롭게 활용되고 조합 가능한 구조를 갖추었으며, 중앙화 거래소(CEX) 및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에서도 담보 자산으로 통합되어 활용된다.
특히, USDtb는 BUIDL 펀드를 가장 많이 보유한 스테이블코인으로서 실물 자산 토큰화(RWA)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리테일 투자자뿐만 아니라 전통 금융기관(TradFi)들도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었다.
에테나(ENA)가 그리는 미래 생태계, “금융의 교집합(Convergence)”
결국, USDtb의 출시는 에테나 랩스의 궁극적인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에테나는 1000억 달러인 디파이 시장 규모가 190조 달러인 전통 금융의 채권 시장 규모 대비 현저히 작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에테나는 디파이(DeFi), 씨파이(CeFi), 전통금융(TradFi)의 교집합이자 연결 다리 역할을 자처한다. 전통 금융의 기관 투자자를 위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해 자본 유입을 유도하고 암호 화폐 자산을 전통금융 시장까지 확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에테나가 생각하는 전통 금융 기관 투자자를 위한 맞춤형 상품이 바로 ‘이자가 붙는 달러 기반 자산(a dollar with a yield)’이다. 에테나가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 USDT 및 USDC와는 구별되는 “이자 수익형” 스테이블코인 USDe를 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에테나는 블랙록의 BUIDL 토큰화 플랫폼을 보유한 시큐리타이즈(Securitize)와 협력해 새로운 블록체인 ‘컨버지(Converge)’를 올해 2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컨버지는 이더리움 가상 머신(EVM) 기반 블록체인으로,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를 모두 지원하는 맞춤형 DeFi 환경을 제공한다.
스테이블코인 USDe와 USDtb가 네트워크의 가스 토큰 역할을 할 것이며, 추가적으로 기관 투자자를 위한 iUSDe 발행을 추진해 전통 금융과 디파이의 연계를 강화하고 대규모의 자본 흐름을 온체인으로 유입시킬 계획이다.
이렇게 에테나가 제시하고 있는 비전은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그 이상이다. 디파이와 전통 금융의 경계를 허물며 자본의 흐름을 ‘비주류’에 속하는 온체인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 여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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