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인, 비공식 채널 활동 제안했지만 무대응
트럼프, 푸틴과 했던 것처럼 직접 협상 원해”
中, 정상 대화보다 공식 채널로 협상 개시 방침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담판 협상’을 고집하면서,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폴리티코는 지난 19일(현지시각)자 보도에서 복수의 국무부 고위 관료 및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식 채널을 통한 협상 개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총 145%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무역 협상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지난 17일 중국과 통상 협상 타결이 “앞으로 3~4주 내 정도로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협상 물꼬를 틀 대화는 현재까지 활성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주재 미국 대사는 아직 상원 인준을 통과하지 못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협상을 담당할 책임자를 임명하지 않았다. 주미 중국 대사관과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공식 채널 가동도 승인하지 않으면서 협상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고 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사장 출신인 존 손튼 배릭골드 이사회 의장은 비공식 채널로서 중국 당국과 접촉을 자청했지만, 백악관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손튼 의장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도 중국 최고지도부와 접촉하며 비공식 채널로 활동했다. 지난 9일 베이징에서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관세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 2월엔 추이톈카이 전 주미 중국대사가 미국을 찾아 트럼프 행정부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결국 거절됐다고 한다.
라이언 해스 전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몽골 국장은 “비공식 채널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스 전 국장은 “푸틴 대통령과 했던 것처럼 시 주석과 직접 협상을 하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걸 특히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직접 대화하길 기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단 중국이 먼저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 주석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지난주 동남아 국가를 순방하며 미국의 관세 전쟁에 맞설 ‘우군’ 포섭에 나섰다.
중국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수용하면 일종의 ‘굴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과 협상은 지도자 간 대화보다 공식 채널로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비공식 채널이 행정부 입장을 대변한다고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신뢰하지 않고 있다.
다니엘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중국 측은) 트럼프를 대변하거나 해석한다고 주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당연히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연애에서 누가 먼저 전화할 것인지 ‘밀당’과 같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하나의 과정이며,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하다”고 비유했다.
이에 대해 브라이언 휴스 NSC 대변인은 “백악관이 논의를 억압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실무) 및 고위 관료 수준에서 다양한 접촉이 계속되고 있으며, 중국 당국과 논의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