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암호화폐 기업들이 금융 시스템과 연결을 시도하면서 은행업 면허를 받으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2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 암호화폐 정책과 새로운 규제 법안이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이다.
최근 서클(Circle), 비트고(BitGo) 등 주요 암호화폐 기업들이 은행 인가나 라이선스를 취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인베이스(Coinbase), 팍소스(Paxos)도 같은 방향을 고려 중이다.
이들은 전통 금융권처럼 예금과 대출이 가능한 상업은행 인가부터,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초점을 둔 한정된 라이선스까지 다양한 방식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비트코인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한 데 따른 후속 흐름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 의회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규제 틀을 마련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규제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한다.
비트고, 인가 준비 막바지…블랙록 신탁 맡아
서클, 비트고 등은 인가 신청 전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비트고는 트럼프 일가가 추진 중인 스테이블코인 ‘USD1’의 예치 자산을 보관하는 수탁사로 선정돼, 은행 인가를 준비 중이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연방 은행 인가를 받은 암호화폐 기업은 단 한 곳,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뿐이다. 이 회사는 수천만 달러를 규제 대응에 썼다고 밝혔다.
앵커리지 CEO인 네이선 맥컬리(Nathan McCauley)는 “암호화폐 산업은 전통 은행과 같은 규제·준법 의무를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트고는 올해 코인베이스와 함께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 신탁사로도 선정됐다. 이 밖에도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 및 커퍼(Copper)와 손잡고 2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대출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루트닉 상무장관은 캔터 CEO를 역임했다.
은행과 암호화폐, 다시 연결될까
암호화폐 산업은 2022년 FTX 사태와 실버게이트, 시그니처 은행 붕괴 이후 은행과의 관계가 끊긴 상태였다. 그러나 트럼프의 복귀 이후 규제 완화가 속도를 내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으며, 유에스뱅콥(U.S. Bancorp)은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도이치뱅크(Deutsche Bank),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등 해외 은행들도 미국 내 암호화폐 사업 확대를 타진 중이다.
일부 은행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키코프(KeyCorp)의 CEO 크리스 고먼(Chris Gorman)은 “암호화폐는 기회이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자금세탁 방지 등의 규제 문제가 여전히 복잡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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