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여러 공격의 배후로 추정되는 이란을 향해 강경 메시지를 연달아 발신하고 나섰다. 이 가운데 미국 대사관이 위치한 이라크 바그다드 ‘그린존’에 로켓이 떨어져 중동 일대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만약 이란이 싸우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적인 종말이 될 것”이라며 “다시는 미국을 위협하지 말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사우디의 아델 알-주베이르 외무장관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사우디는 그 지역(중동)에서 전쟁을 원하지도, 추구하지도 않는다”면서도 전쟁을 피하는 것은 이란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는 “사우디는 전쟁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며 “동시에, 상대방이 전쟁을 선택한다면 모든 힘과 각오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과 사우디의 이란을 겨냥한 메시지는 배후가 이란으로 추정되는 공격들이 최근 여럿 발생한 뒤 나온 것이다.
사우디는 지난 14일 자국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소유의 석유 펌프장 두 곳이 폭발물을 실은 드론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드론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으나, 사우디 측은 이란이 후티 반군에 공격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이틀 전인 12일에는 중동 산유국의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사우디 유조선 2척 등 상선 4척을 겨냥한 공격이 일어났다.
미국 정부는 이 역시 이란이 후티 반군이나 이라크에 거점을 둔 시아파 민병대에 공격을 지시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는 복수의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이란은 두 사건 모두 연관성을 부인한 상태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이미 지난 16일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에 여러 차례의 공습을 실시했다.
이에 후티 반군은 이날 아람코 석유시설을 겨냥한 공격은 300개 주요 군사 목표물에 대한 군사 작전의 시작이라며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의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을 예고한 상황이다.
최근 중동을 둘러싼 긴장은 미국이 작년 5월 이란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조성됐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개국에 한시적으로 부여하던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예외 조치를 더이상 용인하지 않고, 이란의 원유수출을 틀어막겠다고 선포했다.
이에 이란은 핵협정 일부를 준수하지 않겠다고 맞섰고, 미국의 제재에 맞서 중동 산유국의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중동에 주둔 중인 미군에 대한 이란의 위협을 우려, 걸프 지역에 항공모함과 폭격기 ‘B-52’ 등을 파견했다.
이날인 19일에는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이 위치한 바그다드 그린존에 로켓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 역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의 연장선에 있는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라크 군에 따르면 로켓 한 발이 미국 대사관에서 약 1.6km 떨어진 거리에 떨어졌다. 이 로켓은 바그다드 동부지역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바그다드 동부 지역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세력의 근거지가 있다. 이번 사고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린존은 미국을 비롯한 외국 대사관과 정부 건물이 위치해있는 바그다드 중심 지역이다.
이번 공격이 누구의 소행인지는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다. 미국 측도 아직 이번 공격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한편, 이란 측은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 트럼프 대통령과 사우디의 발언을 일축했다.
이란의 반관영 통신사 타스님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의 호세인 살라미 총사령관은 이날 “우리는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전쟁 역시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예멘 수도 사나에 위치한 공장이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공습에 의해 피해를 입은 모습.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로이터 뉴스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