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기고한 중국의 블록체인에 대한 태도에 이어 이번 글에서는 중국 현장에서 실제 이뤄지고 있는 블록체인 열풍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크립토 밸리라고 하면 스위스에서 추진하는 ICO 관련움직임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크립토 밸리가 한창이다. 그 중심에 션젼이 있다.
션젼, 심천(深圳)이라고 불리고 있는 이 도시는 굉장히 많은 자원과 인재들이 몰려 있어 IT기업의 기반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 실리콘 밸리가 있다면, 중국에는 션젼밸리라고 할까? 홍콩, 마카오와 근접하게 맞닿아 있기도 하고, 정부의 국제 인재 끌어들이기 노력에 의해 굉장히 많은 외국인들이 분포해 있다. 그래서 IT와 관련된 여러 스타트업들이 이 곳에서 처음을 시작한다. IT 스타트업의 성지라고 해도 과할 것이 없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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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젼을 돌이켜보면 아이폰 짝퉁 도시를 떠올린다. 아이폰 짝퉁폰이 션젼에서 처음 등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션젼 IT 기업의 감쪽같은 생산 기술에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도 놀라워 했다. 션젼에서는 저작권 문제를 들이대도 가차 없이 짝퉁들을 팔았던 기업인이 넘쳐났으며, 이를 통해 대기업 수준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텐센트와 화웨이, 바이두 등 우리가 알만한 중국 글로벌 IT기업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것도 이 시기다. IT 기반 도시이기 때문일까? 션젼에 지금 블록체인 바람이 아주 거세게 불고 있다. 기존 대기업들도 블록체인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이면서 여러 펀드들과 함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모여 명품 짝퉁이 아니라 IT 짝퉁을 만들어 돈을 벌던 도시 션젼이 이제 블록체인 중심으로, 블록체인 허브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 중국 블록체인 허브를 꿈꾼다
글로벌 경쟁력 순위 35위를 차지한 션젼시 : http://www.bishijie.com/shendu_1126
션젼을 중국 실리콘밸리에서 블록체인 허브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은 교육이다. 션젼 인구 평균 수입과 고등 교육 수 여자들 분포도를 보면, 중국 유명 대도시인 상하이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고등교육을 받은 인구수는 상하이보다 훨씬 높다. 2017년-2018년의 세계 도시 국제 경쟁력 순위를 살펴보면 세계 35위다. 상하이나 베이징 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들어 알고 있는 IT기업 4대 천왕 중 하나 텐센트, 중국 제일 보험회사 핑안, 텐센트 산하의 쉰 레이, 삼성과 아이폰을 위협하는 화웨이도 모두 션젼에서 태어나고 자란 기업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렇다. 현재 이들도 블록체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 기업이 블록체인 분야에 발을 들이고자 한다면 그 시작도 션전으로부터일 가능성이 크다.
◆ 션젼, 지방정부가 블록체인 펀드 조성
션전과 블록체인의 시너지 두 번째는 정부 정책이다. 션젼시는 우수 프로젝트에 대해 600만 위안(약 9억 8000만원) 상당의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 4월 션전시 최초 블록체인 펀드에 첫 발을 딛었다. 첫 모금액으로만 5억 위안(약 819억 5천만 원)의 기금이 모였고, 션전시 정부가 이 중 40%를 지원했다.
션전시가 내민 블록체인 정책들: http://www.bishijie.com/shendu_1126
이번 기금은 최초로 정부가 주도한 블록체인과 전통 금융업 두 부문을 위한 전문 기금으로 블록체인 산업을 양성하는데 주로 쓰일 예정이며, 100% 블록체인 엔젤 프로젝트 투자에 사용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금융, 공익 자선활동, 공공복지, IoT, 서플라이 체인 영역에 기금이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션전시는 여러 블록체인 관련 정책들을 내놓았는데 <션젼시 금융업 발전 “심삽오” 계획>을 2016년 발표해 처음으로 블록체인을 이용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고, 2017년 2018년 차례로 블록체인 정책들을 내놨다.
이 중에서도 저자의 이목을 가장 끌었던 정책은 이번 해 2018년 3월 션전시 경제 무역 및 정보화 위원회가 발표한 <위원회 공지: 션전시 전략성 신흥산업 신세대 정보기술 안전 전문 2018년 제2회 지원 계획 관련>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프로젝트당 최고 장려금이 200만 위안 (약 3억 2700만원)에 달하며, 영역도 조금 더 디테일화되어 있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IoT, 블록체인 등 새로운 활용 환경에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시범운영 하겠다는 방침도 있다.
지난 3월 초상은행과 함께 해외송금 및 결산 영역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전국 최초로 실시한 바 있다. 정부 차원에서 굉장히 활발한 움직임을 2016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마이닝은 가라… 진짜 블록체인이 온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션전시에는 많은 IT 글로벌기업들이 존재하고 있다. 텐센트, 화웨이와 같은 기업들이 션젼에서 태어나고 자라났을 뿐 아니라, 새로운 신흥산업인 블록체인에 관련된 프로젝트도 션젼에서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텐센트(Tencent)
텐센트(Tencent) 2015년말 이미 블록체인 전담팀을 꾸려서, 블록체인에 대해 조사해왔다. 이는 2016년-2017년 크립토 블록체인 붐이 일어나기 훨씬 전이다.
출처: https://cloud.tencent.com/developer/article/11133
그리고 얼마 후 2016년 9월, 블록체인 업계라면 굉장히 놀랄만한 사건이 터진다. 바로 두 블록체인 대기업인 완샹(wanxiang)과 텐센트가 2016년 상하이 블록체인 위크에서 합작을 선언한 것이다.
물론 블록체인 영역에 한해서 합작을 하겠다고 공표한 것이지만 이미 세계적인 기업 IBM, 마이크로소프트, ConsenSys, 이더리움 파운데이션, HyperLedger 등 굵직한 곳들과 합작을 맺은 완샹 블록체인 랩이 중국 국내 기업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텐센트와 합작을 맺는다고 하니 다들 놀라워했다.
https://trustsql.qq.com/chain_oss/TrustSQL_WhitePaper.html
그리고 2017년 4월 텐센트는 같은 동향 기업 중 가장 빠르게(화웨이보다도 1년이 훨씬 빨랐다) 블록체인 방안에 관한 백서를 발표했다. 전반적인 내용은 블록체인의 현황과 미래, 그리고 현재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관련 행태들을 다뤘고, 본격적인 텐센트의 방안은 34 p부터 나온다.
“自主创新、安全高效、开放共享(독자적인 창의력, 고효율의 보안성, 공유 시대의 개방)”이라는 모토의 전제하에 3층으로 구성된 블록체인 방안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고, 텐센트가 독자적으로 연구 개발한 Trust SQl를 통해서 SQL 및 API를 많은 영역에서 응용하고 활용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리고 정확히 7개월 뒤,텐센트는 말뿐이 아니라는 것을 업계에 보여 주려는 듯 텐센트 산하의 텐센트 클라우드(腾讯云)가 정식으로 금융업계에서 활용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 BaaS를 개발해 발표했다.
본 서비스 내용을 요약하자면 현재 분포해있는 여러 금융 관련 Dapp 들과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불필요한 수수료 비용을 없애고, 중개인을 제거하고, 투명하게 금융시스템을 관리하겠다는 자주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
텐센트의 공급망 영역 블록체인 기술 발표자료: https://cloud.tencent.com/developer/article/1055417
그리고 금융업을 넘어 또 하나, 서플라이 체인, 공급망(Supply Chain) 영역으로 범위를 넓혀 서플라이체인을 위한 블록체인을 개발했다.
2018년 8월10일에는 션젼시 세무국이 텐센트와 손잡고, 블록체인 전자 영수증 발행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션젼이 중국 전역 최초의 블록체인 전자 영수증 발생의 시범운영도시가 될 것이라고 공표했다.
션젼시 세무국, 텐센트, 진디에(金蝶) 소프트웨어 기업 3자가 합작해 위챗(Wechat)에서 “결제- 영수증발행-영수증처리”라는 프로세스로 간단하게 한 번에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현재 많은 중국인들은 모바일 결제와 모바일 영수증 발행을 사용하고 있는데 영수증 발행 같은 경우는 즈푸바오(알리바바)보다 위챗 사용이 압도적이다.
어딜 가도 위챗으로 QR코드를 찍고 발행 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위챗 모회사인 텐센트의 블록체인 활용을 위한 노력이 앞으로 정부와 시민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화웨이 (Huawei)
중국 대륙의 IT 기업 제왕, 스마트폰 업계에서 삼성과 애플을 손쉽게 제칠 수 있는 어마무시한 기업 화웨이가 있다. 화웨이도 질 수 없다는 듯 2018년 4월 블록체인 백서를 내놓았다. 백서는 미래 35년간 블록체인 활용도가 폭증할 것이며, 우리 생활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미래 어플리케이션 + 블록체인 플랫폼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하드웨어를 결합한 삼위일체의 방안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빅데이터, IoT, 텔레콤 그리고 금융 등 4개 영역에서 8개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이를 토대로 화웨이는 지난해 말 실제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현해 냈다. 화웨이가 만든 분산원장, 데이터 관리, 암호화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형 블록체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IBM 하이퍼렛저(Hyperledger)가 중국에 기술팀을 만들어 운영할 때부터 화웨이가 주요 협력사로 중국에서 도움을 주고 받았으니 이 같은 서비스를 완성도 있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업계는 이야기한다.
이처럼 기술과 평판, 플랫폼까지 갖춘 글로벌 대기업들이 션젼에 모여 블록체인을 이끌어나가고 있으니, 션젼시가 블록체인 허브로 선두를 차지하는 것은 시간 문제 아닐까. 중국 IT굴기를 이끌었던 션젼 기업들이 블록체인 허브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