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디지털 자산시장…”韓, ‘기관’ 투자 길 열어야”
[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자산 시장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기관 투자’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 경제서인 <넥스트 머니>의 저자 이용재 작가(사진)는 철도, 운송, 통신처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시장으로 형성되기 위해서는 ▲기술 ▲시장 ▲환경(제도) 등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이에 모험자본이 투입돼 시장을 형성하고, 그 다음에 정부 규제까지 만들어지면서 신산업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3가지 요소 가운데 기술과 시장 조성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이 ‘기관 투자’에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작가는 ‘블록체인’ 또한 똑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을 이을 혁신 기술로 ‘블록체인’을 주목하며,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트코인은 ‘디지털 골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 2100만 개로 정해져 있어 ‘금’과 같이 희소성을 지닌 암호화된 투자 자산이고, 이는 미국 금융기관들이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관련 선물 상품을 내놓고 있는 현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2017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개시했고, 이후에도 미국은 시장 측면에서 제도적으로 해결하고자 관련 업체와 금융당국 간 지속적인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국내는 이와 대조적이다. 이 작가는 현 정부가 비트코인을 두고 ‘사기’, ‘바다이야기’ 정도로 해석하는 상황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블록체인을 육성하는데 암호화폐는 안된다는 정부 기조는 1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있다. 국내 금융 및 대표 기업들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비즈니스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작가는 <블록미디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홍콩 등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자산 시장 움직임을 짚으며 국내에도 ‘기관 투자’의 유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기관’ 문 열리고 있다
지난 한 주 암호화폐 시장을 휩쓸었던 이슈를 꼽자면 ‘백트(Bakkt)’가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를 보유한 ICE의 백트가 오는 7월 비트코인 선물 계약과 관련된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백트는 기관을 상대로 디지털 자산을 거래하고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이 작가는 백트를 통해 기관들의 자금 유입을 유인할 수 있고, 비트코인 수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백트는 전 세계 주식시장 시총 40%를 거래하고 있는 뉴욕증권거래소를 보유한 ICE가 추진 한다는 점에서 거래 상대방 리스크를 확 줄인다”며 기관들이 마음 놓고 거래할 수 있는 창구가 열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2017년 CME와 CBOE가 내놓은 비트코인 선물 상품과 다르게 만기일에 ‘비트코인’ 실물을 제공해야 하는 백트의 실물인수도 방식과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의 계약 기간이 ‘1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CME와 CBOE가 제공하는 비트코인 선물 상품은 계약 만기일에 매도자와 매수자가 비트코인 가격의 차익을 ‘달러(현금)’으로 주고받는다. 실물인 비트코인 수요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백트는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실물)을 주고받는 실물인수도 방식이다.
이와 관련 이 작가는 “기관 입장에서는 가격 리스크를 줄이고 현물 거래처럼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현재 백트와 파트너십을 맺은 스타벅스는 고객에게 받은 비트코인을 백트 플랫폼에서 가격 변동성 헤지(리스크 회피)를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아시아국 가운데는 ‘홍콩’이 앞선다. 그는 “홍콩에서는 이미 제도권 금융투자회사들이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자산운용사들이 자신이 보유한 자산 가운데 10%까지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 등 비지불형 토큰에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기관’이 들어오면 시장은 성숙해진다
기관 자금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이 작가는 기업 탄생 및 가격 변동성 완화, 기술 육성을 위한 자금 조성 등으로 디지털 자산 시장이 성숙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실제 홍콩에서는 디지털 자산 관련 기관투자 시장이 열려 있어 장외거래(OTC), 전문 애널리스트, 리서치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특히 투자에 나선 기관들이 비트코인 관련 투자 전략을 만들 것이고, 이들은 또 대규모로 투자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작가는 비트코인이 실질 자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자료를 만들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 활성화가 곧 시장을 성숙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산업에 호의적인 데다가 전통 금융기업들도 나서 투자한다면 블록체인 기술 개발업체에겐 더없이 좋은 환경일 것이다. 이 작가는 “기술을 육성하고 시장을 형성하는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기관 투자’ 유입”이라며 “자본이 많은 곳에 기술이 모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미국은 혁신 기술이 등장하면 모험자본 투입으로 잘 연결하는 강점이 있고,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이 등장하고 VC 자본이 투입되면서 미국이 PC산업을 주도한 것에서도 볼 수 있다”며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 韓, 늦지 않았지만 속도 내야
반면 국내 금융기관이나 관련 업체는 정부 규제로 인해 암호화폐 비즈니스를 전면에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 작가는 “암호화폐 금지 관련 정부 발언이 나오기 전이었던 2017년, 일부 증권사에서는 비트코인 관련 상품을 만들려고 준비했으나 지금은 무기한 연기 상태”라고 했다.
그는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이 디지털 자산에 대한 표준을 만들어가고, 미국의 페이스북, 일본의 라쿠텐처럼 자국의 대형 플랫폼 회사들이 범국가적인 토큰 이코노미를 형성하기 전에 하루빨리 기관 투자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한두 발자국 앞서나간 미국이나 홍콩 등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작가는 금융위원회 ‘금융혁신지원특별법(금융혁신법)’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혁신법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회사에 기존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와 관련 그는 “디지털 자산에 대해 정부의 소극적인 대화 채널이 열린 것”이라며 “어떤 금융기관 또는 기업이 정부를 설득하고, 금융혁신법을 활용해 어떤 새로운 비즈니스를 허가받을지 등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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