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을 필두로 선진국 국채가 강하게 랠리한 동시에 주가가 급락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면전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데다 경제 지표 부진이 맞물리면서 안전자산에 뭉칫돈이 몰린 결과다.
특히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7개월래 최저치로 하락, 지난해 12월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2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2.31%까지 하락했다. 이는 2017년 12월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미국 벤치마크 10년물 수익률은 지난해 12월까지 연준이 다섯 차례의 긴축을 단행하기 이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도 동반 하락, 장중 2.75% 선으로 밀리며 16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2년물 수익률도 7bp(1bp=0.01%포인트) 급락하며 2.15% 선으로 밀렸다.
상황은 유럽도 마찬가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bp 하락하며 마이너스 0.116%에 거래됐고, 같은 만기의 스페인과 영국 국채 수익률 역시 각각 6bp와 1bp 내렸다.
반면 주요국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기술주를 필두로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1% 이상 후퇴했고, 독일과 프랑스 증시가 나란히 1.8% 가량 내리 꽂혔다.
앞서 중국 상하이증시와 홍콩 항셍지수가 각각 1.4%와 1.6% 내린 데 이어 가파른 하락 도미노가 전세계 증시 전반으로 확산된 셈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단시일 안에 진화되기 어렵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데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경제 지표 둔화가 안전자산 수요를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BMO 캐피탈의 존 힐 채권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국채 수익률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채권 강세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의 후퇴가 국채 수익률에 하락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장했다.
최근 골드만 삭스와 노무라, JP모간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보고서를 내고 트럼프 행정부가 3000억달러 물량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서도 관세 도입을 강행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예측이 적중할 경우 제조업과 유통업을 중심으로 양국의 실물경기가 크게 악화되는 한편 파장이 주요국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미 미국 제조업 경기는 약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후퇴했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이 발표한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6을 기록해 2009년 9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5월 들어 기업들의 경기 활동이 크게 저하됐다”며 “무역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경영자들의 경기신뢰와 투자 의욕을 꺾어 놓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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