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주식대차거래 플랫폼 내달 출시
–개인간 투명한 대차거래…블록체인으로 정보 균형 맞출 것
[블록미디어 신지은 앵커,문정은 기자] ‘공매도로 몇몇 기관과 외국인이 돈을 벌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악(惡)을 방치하는 것이다.’
22일 기준 공매도 잔고 비중 상위 1위(14.32%)를 기록한 ‘삼성전기’ 투자자 게시판에 한 개인 투자자가 써놓은 의견이다. 한국 거래소 종합 포털에 따르면 실제 이날 삼성전기의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 리스트에는 골드만 삭스, 맥쿼리 은행, 메릴린치, 모간 스탠리 등 외국계 은행만이 올라 있었다.
‘공매도(Short selling)’는 오랜 기간 국내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원성의 대상이 되어왔다. 우리나라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 그 어디에도 개인의 공매도 거래금지 조항을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접근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정보에 뒤지는데다 주식을 빌리기 힘든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는 외국인들의 전유물이 되어왔다. 지난 20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공시’ 12만 1035건 중 외국인 투자자 공시는 11만 6973건을 차지했다. 2016년 6월 말 도입된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는 해당 종목 상장주식 총수의 0.5% 이상의 공매도나 공매도 금액 10억 이상의 거래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규정했다. 지난해 굵직한 공매도의 96.6%가 외국인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미국, 일본 등보다도 기관과 개인의 불균형이 훨씬 크다.
블록체인 기반 개인 대차거래 플랫폼 ‘디렉셔널(Directional)’ 정지원 대표는 <블록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기준 기관의 대차거래액 규모는 72조 원에 달했지만 개인의 대차거래액은 130억 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개인 대차거래액이 기관 투자의 0.02% 정도에 그쳤다는 것이다. 개인 대차거래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리가 아닌 수치다. 대차거래는 수수료를 내고 주식을 빌린 다음 저가에 매수해 빌린 주식을 1년 정도의 기간 내에 갚는 것을 말한다. ‘없는 것을 판다’는 개념인 공매도와는 다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무차입 거래, 즉 없는 상태에서 파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에 필수적으로 대차거래를 통해 차입을 해 공매도에 나서야 한다.
◆ 개인 간 투명한 대차거래, 블록체인으로 ‘정보의 균형’ 맞출 것
디렉셔널은 꽉 막힌 개인 대차거래 시장에서 가능성을 봤다. 로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던 정지원 대표도 지인의 권유로 합류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방향성’을 뜻하는 회사 이름이 직관적으로 드러내주듯, 꽉 막힌 개인 대차거래의 물꼬를 트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현재 개인 대차거래 시장은 일부 증권사들의 과점 시장이다. ‘부르는 게 값’일 수 밖에 없다. 개인이 주식을 빌려올 수 있도록 돕는 유일한 중개자인 증권사는 ‘대차요율’을 공개하지 않는다. 거래 내역도 비공개, 수수료도 일방적이다.
디렉셔널 플랫폼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개인투자자들이 서로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주식을 빌려주고, 빌려올 수 있다. 경제학자 케인즈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자율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찾아가게 돕는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블록체인’이다. 대차요율, 거래 내역 등을 블록체인을 통해 기록하면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개인 대차거래에 수반되는 ‘불균형’한 정보의 저울을 블록체인으로 평평하게 맞추겠다는 것이다.
다행히 신한금융투자에서 손을 내밀었다. 정 대표는 “신한금융투자는 금융 기관 가운데 혁신 서비스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이라며 협업 배경을 전했다. 실제 신한금융지주는 ‘신한퓨처스랩’을 통해 혁신 기술 및 서비스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고 있다. 블록체인 분야 대표적 참여 기업으로 블로코와 스트리미가 있다.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따른 금융 규제 샌드박스 대상에도 선정됐다. 블록체인 기반 P2P 주식 대차 서비스 플랫폼을 시장에서 실제 구현해 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이로써 대차 거래를 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신한금융투자 계좌를 통해 디렉셔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 내달 출시 앞둔 디렉셔널…”금융 파트너십 이어갈 것”
정 대표는 빠르면 내달 디렉셔널 플랫폼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첫 규제 샌드박스 사례라는 점에서 디렉셔널의 어깨는 무겁다. 정 대표는 “샌드박스에 선정돼 너무 기뻤지만, 이제 겨우 사업을 해볼 수 있게 된 것에 불과하다”며 “현재는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찾은 것이고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한국의 금융 인프라 수준과 국내 개인 투자자 규모를 고려해 개인 투자자들의 잠재적 수요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확한 수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 대표는 “개인 대차거래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던 깜깜이 시장인만큼 합리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긴다면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이전에 없었던 거래 서비스인만큼 정확한 수치는 출시 후 수개월은 지나야 측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디렉셔널은 투자자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마케팅 분야에도 집중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한 디렉셔널의 단기 목표는 ‘파트너사 확보’다. 신한금융투자로 시작했지만 다른 금융회사들과도 파트너십 체결을 협상중에 있다.
현재는 정 대표와 십여 명의 직원이 똘똘 뭉쳐 서비스 출시에 힘쓰고 있지만, 이들의 목표는 글로벌이다. 정 대표는 “주식 대차 서비스가 없는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를 포함해 미국과 영국 등으로도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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