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이 내년에 독자적인 암호화폐를 발행한다는 소식에 국내 업계에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글로벌코인’이라고 부르는 자체 암호화폐를 내년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글로벌코인은 미국 달러, 유럽연합 유로, 일본 엔화 등 법정화폐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으로 전해졌다. 이는 글로벌 코인이 현금처럼 결제에 사용될 수 있도록 가격 변동성을 막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페이스북은 스테이블 코인 기반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 ‘리브라(Libra)’를 추진하고자 스위스 제네바에 리브라 네트워크(Libra Networks)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BBC는 “이 프로젝트는 달러나 다른 법정화폐를 암호화폐로 환전할 수 있도록 은행이나 중개업체들과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1분기에는 십여 개 국가에서 페이스북이 글로벌코인을 활용한 결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BBC는 보도했다.
이러한 페이스북 행보에 국내에서는 글로벌코인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상용화를 이끌어 낼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반면 정부 규제로 국내 기업들이 적극 사업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페이스북, 크레딧 실패하고 ‘암호화폐’로 또 도전
페이스북 매출 90% 이상은 ‘광고’에서 나온다. 업계는 페이스북이 보유한 글로벌 이용자 규모를 활용해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택했다고 해석한다.
암호화폐 투자회사 모건 크릭 디지털 에셋의 창업자 안토니 폼플리아노(Anthony Pompliano)는 “페이스북이 블록체인을 가지고 상품을 만들어내고 이용자 사용까지 이끌어내면, 소셜 네트워크 기업에서 대형 금융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이러한 행보는 기존 수익 모델이 광고에만 의존하는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암호화폐 경제연구소 디콘 또한 자사 블로그를 통해 “페이스북이 결제 서비스를 한다면, 수수료 뿐만 아니라 이용자 소비 패턴을 파악해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도 제공해 줄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계정에 쌓인 자산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실 페이스북의 이런 고민은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크레딧(Facebook Credits)’이라는 결제 서비스를 내놓은 바 있다. 이는 페이스북 내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 단순 디지털 화폐다. 하지만 사용처가 ‘게임’에 한정적이고 페이스북 친구 간 전송이 불가하다는 점 등 여러 한계로 인해 페이스북 크레딧은 2년도 안 돼 처분됐다.
이후 페이스북은 암호화폐를 통한 결제 및 해외 송금 서비스 등에 도전장을 다시 내밀었다. BBC는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이 은행 계좌를 보유하는 것과 상관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를 만들고자 한다”며 “더구나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메시징 앱을 소유하고 있어 기존 통화 장벽을 없애 은행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메시징 앱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처럼 글로벌 코인으로 자산 전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 협력 확장 중…”암호화폐 인식 높여줄 것”
이달부터 페이스북은 전통 금융 기관과 결제 업체,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과도 협력에 나서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월 스트리트 저널(WSJ)는 리브라 프로젝트 구축을 위해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금융기관과 결제 처리 업체 퍼스트 데이터 코프와 대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또 페이스북 창립자인 주커버그는 지난달 마크 커니(Mark Carney) 영국은행 총재와 만나 암호화폐 출시를 둘러싼 기회와 리스크에 대해 의견을 나눈 바 있다. BBC는 또 페이스북이 미국 재무부 당국자로부터 운영 및 규제에 있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고도 전했다.
페잉스북은 웨스턴 유니온(Western Union) 등 여러 송금업체와도 현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에 BBC는 “페이스북이 은행 계좌가 없어도 이용자들이 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저렴하면서도 빠른 방법을 찾기 위한 움직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최근에는 미국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와 거래소 제미니의 윙클보스 형제와도 암호화폐 사업 추진에 관한 논의를 진행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페이스북의 암호화폐를 활용한 금융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잇따른 개인 정보 대량 유출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러한 부분을 빠르게 봉합한다면 페이스북의 글로벌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인 알렉스 사운더스(Alex Saunders)는 “글로벌코인은 여러 국가에서 크립토에 대한 인식을 높여줄 것”이라며 “이들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갖고 있는 실질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런던경제대학(LSE)의 연구원 개릭 힐만(Garrick Hileman) 박사도 “글로벌코인 프로젝트는 짧은 암호화폐 역사상 중요 사건 중 하나”라며 “현재 암호화폐 이용자가 3000만 명선인데 반해 페이스북의 월 이용자 규모는 24억 명”이라고 강조했다.
◆ 국내에 기회일까 위기일까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시장에 적극 뛰어들면서 국내 업계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시각을 동시에 내비쳤다.
우선 글로벌 대형 기업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도입한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높이고 관련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김영일 페이코인 사업기획팀 과장은 “페이스북의 글로벌 코인 등장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고, 관련 커머스 시장도 확대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긍정적인 생태계도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페이스북의 국내 진출 관련 김 과장은 “특히 결제 비즈니스는 현지 가맹점 제휴, 시장 확대 측면에서 독점적으로 시장을 가져갈 수 없다”며 “또한 현지 결제는 해당 국민의 결제 경험과 습관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해 페이스북이 오히려 국내 관련 업체와 협업하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업체 관계자도 “국내에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많지만 실제 결제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측면에서 네이버 등 기존 플랫폼을 이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다만 삼성이 키스토어를 갤럭시S10에 적용한 것처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상용화에 힘을 실어줄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암호화폐를 발행해 ‘해외’를 무대로 결제나 송금 사업을 펼치려는 국내 기업의 경우 고전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페이스북은 아시아 국가 이용자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독일 시장통계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아시아 국가에서 페이스북 이용자 규모는 인도가 2억 6000만 명으로 가장 컸다.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1억 2000만 명, 필리핀에서 6500만 명의 페이스북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네이버 자회사 라인을 비롯해 테라 등도 아시아 시장으로 자사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자 한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암호화폐 결제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워낙 영향력이 크고 인스타그램도 상품을 판매하는 채널로 고정화되고 있다”며 “글로벌 이용자가 많은 세계적 업체가 뛰어든다는 소식에 긴장해야겠다라는 내부적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센터장 또한 “월 사용자(MAU) 측면에서 국내 유사 기업은 페이스북에 상대가 되지 않아 고전하는 면이 있을 것”이라며 “실제 라인도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서비스하지만 이 지역에서도 페북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세경 후오비코리아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한국은 국내 규제로 인해 기업들의 암호화폐 관련 비즈니스에 소극적이어서 글로벌 산업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 입장이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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