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암호화폐 거래 관련 국제표준안 발표가 내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와 관련 정부는 암호화폐 정책은 글로벌 흐름에 맞춰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내 업계는 글로벌 기준안이 만들어지더라도 실제 국내 정책 마련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FATF는 암호화폐를 ‘가상통화(Virtual Assets)’로, 암호화폐 거래소 포함 암호화폐 취급업소를 ‘가상통화 서비스 제공자(Virtual Assets Service Provider)’로 규정하면서 취급업소에 FATF의 자금세탁 관련 국제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이 국제 기준은 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7월에는 국가 간 FATF 상호평가 현지 실사도 예정돼 있다. 평가단이 한국을 방문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자금세탁방지제도 운용실태를 평가한다. 일찍이 2017년 4월 암호화폐 거래소에 등록제를 부여한 일본은 FATF 현지 실사에 앞서 익명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신원 검증 절차가 미흡한 자국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현재 금융 회사로 여기지 않아 FATF 실사 대상이 아니다. 다만 암호화폐 거래소가 실명확인 계좌를 이용하고 있는 일부 은행들은 실사 대상이 된다.
이러한 국제 흐름에 맞춰 정부는 관련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에서 열린 금융안정위원회(FSB) 총회에 참석해 “암호화폐 규제 공백 없이 규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초국가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FATF에서 수립한 암호화폐 관련 자금세탁방지 국제 기준을 따라 국가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28일 국무조정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금세탁방지 등을 위해 국회에 계류된 ‘특정금융 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바라며 정부도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언급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특금법)’은 지난해 3월 제윤경 의원이 발의한 내용으로, 암호화폐 거래소(가상통화 취급업소)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상호 및 대표자의 성명 등을 신고하도록 하고,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 등 의심 거래가 발생하면 곧바로 FIU에 신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업계는 이러한 국무조정실 입장 표명과 앞으로 FATF의 행보가 암호화폐 거래 관련 정책 마련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국내 한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벌집계좌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정부는 투자 주의 당부의 목소리를 내왔었고, 이번 보도자료 또한 최근 가격이 상당히 오르면서 나온 것”이라며 별다른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다. 이어 그는 “동남아 국가에서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발표되는 동안 금융 인프라가 더 잘 갖춰진 국내에서는 아무것도 없었다”며 “지금까지 국내 거래소들만 자체적으로 내부적 장치를 만들며 제도 필요성에 대해 외쳐왔지만 잘 안 돼 왔다”고 말했다.
FATF가 암호화폐 거래와 관련한 국제표준안을 발표한다 해도 결국 법제화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몫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국가마다 금융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세부 사항은 국가가 나서서 정해야 하는데 논의해야 할 부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특금법 개정안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존 중소 거래소들의 투명성을 측정하고 벌집계좌를 이용해왔던 거래소들을 위한 조치를 마련하는 등 추가 논의 사항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현황을 한 데 모아 문제점과 해결점을 적극 전달해야 하는 협회 역할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중소형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가 나서 법제화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협회가 나서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성과를 보인 부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바뀐 것은 없고 이러한 상태에서 FATF 표준화가 나온다고 해서 정책이 구체화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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