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싱가포르가 인터넷기업의 아시아 허브로 부상했다.
싱가포르가 조세 혜택, 핀테크 육성 정책 등 당근을 내밀면서 인터넷기업들은 이곳을 주요 서비스나 소통의 아시아 거점으로 삼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싱가포르에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같은 신사업을 위해 법인을 설립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은 자사 자회사 LVC와 지난해 4월 ‘라인테크플러스’를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라인테크플러스는 라인의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박스’를 지난해 7월부터 운영 중이다.
카카오는 암호화폐를 통한 투자 유치를 위해 싱가포르에 ‘클레이튼’이라는 법인을 지난해 10월 세웠다.
카카오 관계자는 “계열사 그라운드X는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개발 및 운영을 총괄한다”며 “싱가포르에 설립한 클레이튼은 플랫폼 ‘클레이튼’과 관련된 투자 유치를 담당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도 암호화폐 규제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국내처럼 암호화폐 공개(ICO)를 금지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기업으로선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싱가포르 금융당국(MAS)은 암호화폐 발행 가이드라인, 증권선물거배법, 재무고문법령에 근거해 암호화폐 사업을 점검한다.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 금융당국이 글로벌 블록체인 허브 국가를 표방하며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며 “블록체인 사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곳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은 조 단위 돈까지 들여 싱가포르에 기반시설을 짓기도 한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8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1조원 이상을 들여 싱가포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준공이 목표다.
페이스북은 싱가포르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싱가포르엔 풍부한 인프라와 광케이블 접근성, 실력 있는 현지 인력이 있다”며 ” 원활한 계약 이행 및 건축 허가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방안을 포함해 기업친화적 환경 조성 정책을 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은 아시아·태평양에 지사를 두더라도 싱가포르 법인이 커뮤니케이션 허브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각 지역 지사 직원이 싱가포르로 가서 교육을 받거나 이곳에서 아태 지역 대상 행사를 여는 식이다. 아태 국가 중 지사가 별도로 없다면 싱가포르 법인에서 해당 지역 업무를 총괄하는 경우가 많다.
싱가포르는 세율, 영어 공용화, 빠른 행정절차 등으로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2019 국가별 진출전략-싱가포르’ 보고서를 통해 “싱가포르는 17%의 낮은 법인세, 영어 공용화, 투명하고 빠른 행정절차, 탄탄한 사회 및 산업 인프라 등의 이점을 제공한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 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이제 홍콩이 싱가포르에 아시아 허브를 완전히 내준 느낌”이라며 “싱가포르에서 일하다 한국으로 오면 개인 월급 떼가는 세금도 다르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금융과 IT가 결합하는 핀테크, 블록체인 육성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며 “규제 불확실성이 큰 국내 규제 환경 탓에 우리 기업도 싱가포르행이 잦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