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경 칼럼니스트] 시대를 앞선 제품이나 서비스는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다. 그리곤 한 시대를 풍미하거나 아니면 시장의 차가운 반응에 소리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이제 블록체인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고 했던가. 이 말은 역사적 과오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종종 사용되곤 한다. 과거의 실패사례들이 수많은 고민을 거쳐 선택된 결과물이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무선호출기(삐삐), PCS, MP3, PDA, PMP, UMPC, MID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휴대용 기기들이 있다. 그 당시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트렌드를 주도하며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들이다. 하지만 IT 기술이 지속적으로 진보하면서 그 기능들이 하나둘 스마트폰으로 흡수됐고, 당대의 기기들은 시장에서 사라져 버렸다. 최근 삼성전자가 블록체인 키스토어 및 블록체인 월렛을 갤럭시S10에 탑재했다고 하니 이제 그 영역이 블록체인 산업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휴대용 기기들이 경쟁에서 뒤쳐진 이유는 무엇일까. IT기술 발전 속도와 대중의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고, 여러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소비자들이 여러 기기를 소지하고 다녀야만 했던 불편함을 ‘공감’했고, 스마트폰 하나로 이 모든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소통’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산업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 업계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보안성, 투명성, 공공성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내용이다. 빠른 IT 기술의 변화를 대중들이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고 니즈가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발 벗고 나선 형국이다. 그것도 매우 어려운 기술적 개념들을 앞세워서 말이다.
대중들은 그렇다고 치자. 기술적 지식이 있는 전문가들 입장에서 볼 때도 블록체인이 필요하지 않는데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비즈니스가 너무 많이 보인다.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이런 상황, 어디선가 많이 봤다. 그것도 사양 산업에서.
기술 진보를 위한 경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블록체인 업계가 대중의 니즈를 읽지 못한 채 자신들의 비즈니스 알리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블록체인이 필요한지. 무엇 때문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려 했는지 깊은 고민이 없다. 토큰 이코노미를 잘 만들어도 정작 매출을 어떻게 발생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다.
블록체인 산업도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중앙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면, 대중을 설득해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업계가 나서야 한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만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느낌이라 안타깝다. 그렇다고 손 놓고 쳐다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각 국 블록체인협회가 모여 암호화폐의 국제표준 마련을 위해 개최하는 V20(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s Summit)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좋은 결과를 얻어내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대외적인 전략 및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바꿔 효율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