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국내 초기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다각적 사업 확장을 위해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국내 규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나름의 인지도를 쌓아왔던 국내 초기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B2B(기업 간 거래) 마켓, 기관투자자처럼 규모가 큰 투자 자산을 보관 및 관리해 주는 커스터디 서비스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위해 기반을 다지고 있다.
◆ ‘기관’ 대상 금융서비스 인프라 준비
지난 2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용하는 두나무는 기관 대상 크립토 금융 서비스를 지원하고자 자회사 DXM을 설립했다. 최근 기관 대상 금융사업 전문인력을 영입하면서 DXM이 외부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두나무 측은 “DXM은 B2B 거래 인프라 사업”이라며 “두나무가 블록체인 관련 전반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업비트 외에 다른 새로운 사업 모델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B2B 금융 거래 인프라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외거래(OTC), 커스터디(Custody) 등 구체적 사업 모델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검토하는 단계라고 두나무 측은 덧붙였다.
B2B 금융 서비스를 준비하게 된 배경에 대해 두나무는 글로벌 추세를 짚고, 코인베이스부터 IBM까지 기존 글로벌 기업들이 기관 투자가들을 대신해 암호화폐를 보관 및 관리해주는 커스터디 서비스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두나무 측은 “해외를 보면 전통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며 “기관 마켓과 관련 서비스 수요는 분명히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기관’ 대상 거래 서비스는 법인 투자자 대상 맞춤형 거래 상품인 ‘빗썸 프라임’과 체인파트너스의 OTC 서비스 정도가 알려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로 해외 업체들이 국내 기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일부 금융기관도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빗썸은 신사업으로 ‘커스터디’를 내놓고 부서를 꾸렸고, 이는 허백영 빗썸 전 대표가 맡고 있다. 빗썸 프라임 고객 등 거액의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커스터디 외에도 빗썸은 STO(증권형 토큰) 기술 개발을 위해 국내 자산 토큰화 플랫폼 전문기업 코드박스 등 국내외 기술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코인원도 기관 관련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 코인원 측은 “커스터디나 OTC 모두 사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특히 초기 투자자들 가운데 상당한 물량을 보유한 사람들이 전문 수탁업체에 맡기고자 할 때 현재로선 결국 전문업체 역할은 거래소가 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 중소형 거래소들, 보안·기술 마련해 사업 확장
일부 국내 중소형 거래소들도 보안과 기술 기반을 다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팍스를 운영하고 있는 스트리미는 보안부터 커스터디 서비스까지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고팍스 관계자는 “KYC(고객신원확인)나 AML(자금세탁방지) 관련 자체 기반 기술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출시한 암호화폐 수탁서비스 다스크(DASK) 또한 베타 서비스 중이고, 앞으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외에 다양한 암호화폐를 지원하기 위해 기술 개발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팍스 측은 “다스크는 현재 법원이 몰수 판결을 내렸거나 범죄 현장에서 압수한 암호화폐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국내 규제 상황에 따라 민간 기관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빗코는 최근 보안인증 획득 소식을 알리고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활용할 수 있는 ‘커스터디 형 지갑’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빗코는 ISO 27001 국제표준 보안인증을 획득한데 이어 이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도 획득했다.
김성아 한빗코 대표는 “커스터디 형 지갑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한 인프라 기술인 보안 시스템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크립토 이용자들이 안전하게 자산을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가 어디일까 생각했을 때 한빗코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빗코는 지갑에 ‘디앱’ 기능을 넣어 이용자를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디앱을 쓰기 위해서는 ‘지갑’이 있어야 하는데 이용자들은 보안 기능이 튼튼한 지갑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사용자가 늘고 규제가 구체화된다면 추가적으로 금융 서비스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실제 추후에 규제가 마련되고 기관들이 대거 들어올 시점을 대비해 보안 기술 등 인프라는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신산업 확장을 위해 인프라 구축에 나선 거래소 움직임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규제가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상황에서 파산하는 거래소가 있는가 하면, 사업을 확장하고 자금이 들어감에도 보안을 강화하려는 거래소도 있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건전한 생태계가 조정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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