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인 페이스북이 ‘리브라(Libra)’ 백서를 내놓으면서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매일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새로운 ‘글로벌 화폐’가 되는 것.’ 페이스북은 18일 발표한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 ‘리브라’의 목표를 이렇게 정의했다. 리브라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리브라 블록체인(Libra blockchain)’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리브라 협회(Libra Association)라고 불리는 독립적인 기관에서 운영한다. 페이스북은 향후 5년 내에 리브라 블록체인을 퍼블릭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 변동성을 막고자 리브라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운영된다. 특정한 하나의 법정화폐로 연동되는 것이 아니라 달러, 마르크, 유로, 엔화 및 안정적인 통화를 묶은 바스켓 형식으로 구성해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페이스북은 또 리브라를 보관하는 지갑을 관리할 자회사 칼리브라(Calibra)도 설립했다.
◆ 리브라 중심 네트워크 구축…”산업 전반에 파장”
백서에 따르면 여러 산업 분야의 기업과 단체들이 리브라 협회에 참여한다.
비자(Visa), 페이팔(PayPal), 스트라이프(Stripe) 등 지불·결제 업체부터 이베이(Ebay), 메르카도 파고(Mercado Pago) 등 전자상거래 업체, 공유 플랫폼, 통신사들도 리브라에 참여했다. 산업 각 분야에서 덩치 큰 글로벌 기업들이 페이스북과 손잡고 리브라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결제 관련 국내 블록체인 업체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커머스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이베이와 페이스북 조합을 보면 ‘유통’ 부문의 끝판왕”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특히 이베이코리아는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고 있어 국내 유통 부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 밖에 파트너사와의 조합을 봤을 때에도 여러 산업 분야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일 페이코인 사업기획팀 과장도 “스트라이프는 유럽 핀테크 계열에서 크게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결국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혼자 꾸려나가는 것이 아닌 각 분야의 업계와 뭉쳐 어떤 형태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 경제서인 <넥스트 머니>의 저자 이용재 작가는 “다수의 최종 소비자들을 거느리는 플랫폼 기업들이 많이 참여할수록 실생활에서 리브라 코인 활용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서비스를 구현하고 준비했던 스타트업이나 업체들에게도 리브라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작가는 “리브라는 송금 과정에서 은행이 완벽히 배제된 간편하고 빠른 방식”이라며 “규제 이슈가 해결된다는 가정하에 리브라는 스위프트와 리플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일석 모인 대표는 “페이스북 메신저나 인스타그램 등 연계 플랫폼에서 리브라가 통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어떤 플랫폼에서 토큰화하는 것보다 리브라는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편으론 해외 송금 서비스 측면에서 모인과 유사한데 국내에서 (규제에 막혀) 실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 페이스북, 제3세계서 통신사 인프라 구축할 것
리브라 백서는 또 금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국가에 리브라를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송금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국내 블록체인 기반 결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를 활용한 전송은 최소 통신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는데, 이를 감안해 유럽 통신사 보다폰(Vodafone)이 리브라 파트너에 포함된 것 같다”며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필요한 파트너사도 고려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현지나 중소기업들이 쉽게 할 수 없는 부분을 페이스북이 나서 지역 통신 인프라를 확충하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금융 취약국에서 리브라가 법정화폐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용재 작가는 “특히 금융 취약국의 법정화폐는 변동성이 굉장히 큰데 리브라 코인은 이를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리브라 안정성을 좌우하는 리브라 리저브(Libra reserve) 운용이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업체 관계자 또한 “특히 제3세계 시장 관련 해외송금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국가별로 정치나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만 제3세계 국가 내에서 리브라가 기축통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美 금융당국 저지 나섰다
산업 각 분야에 미칠 파급과 영향력에 미국 정책당국자들이 리브라 프로젝트에 대한 저지에 나섰다.
미국 IT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 맥신 워터스(Maxin Waters) 위원장은 “페이스북이 정책 당국의 제어 없이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사용자들의 일상생활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회나 규제 당국이 문제를 검토하고 조치를 취할 때까지 페이스북의 리브라 개발 중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인 공화당 패트릭 맥헨리(Patrick McHenry) 의원은 워터스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페이스북의 서비스 시행과 관련 청문회 개최를 촉구했다. 맥헨리 의원은 “정책 입안자들이 리브라 프로젝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전례 없는 이 프로젝트의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금융위원회 소속 민주당 상원의원 셰러드 브라운(Sherrod Brown) 또한 “페이스북 리브라와 블록체인 기술을 평가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금융 ‘워치독(감시기구)’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용재 작가는 주요국 규제당국의 문턱을 넘어서는 것이 리브라 프로젝트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았다. 그는 “리브라는 정부 주도의 법정 통화 체제 전반을 뒤흔드는 급진적인 프로젝트”라며 “미국 및 유로존 규제 당국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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