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지난주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업체인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 백서를 발표한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로 나가 암호화폐를 활용한 블록체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기업형(프라이빗) 블록체인’ 개발에 한창이다. KT의 기가 체인(Giga chain), 삼성SDS의 넥스레저(Nexledger), LG CNS의 모나체인(Monachain) 등은 모두 기업형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기업형 블록체인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사전에 합의한 사용자들만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다. 정해진 구성원들만 참여할 수 있어 보상(코인) 없이 운영될 수 있다. 반면 퍼블릭 블록체인은 불특정 다수에게 개방돼 참여할 수 있어, 프로젝트를 참여한 보상인 ‘코인’이 필요하다. 보상이 없다면 블록체인 참여 필요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활용하고자 할 때다. ‘블록체인은 육성하지만 암호화폐는 안된다’라는 정부 기조는 국내 기업이 선뜻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뛰어들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규제다.
실제 암호화폐 관련 블록체인 플랫폼을 내놓은 한 국내 중견기업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사업 내용에 대해 묻는 전화를 종종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암호화폐를 활용해서 그런지 국내 대형 제휴사들도 대놓고 광고하기를 꺼릴 때가 있다”고 했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테스트용으로 자체 메인넷과 암호화폐를 만들어 시범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코인(가칭)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시장에 퍼졌지만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단순히 테스트만 해본 것이며 코인은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국내 대기업 블록체인 TF 관계자는 “대기업이 국내에서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직접 못한다”며 “다른 대기업들도 기업 내부용으로 쓰이는 스테이블 코인 정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국내 상황으로 인해 암호화폐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일부 국내 기업들은 해외 계열사를 통해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카카오는 일찍이 글로벌 사업을 위해 ‘카카오G’라는 지주회사를 일본에 설립했다. 이어 블록체인 전문 개발사 ‘그라운드X’도 일본에 설립하고, 싱가포르에는 투자 유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 ‘클레이튼’을 세웠다. 카카오 관계자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진행하고자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라운드X는 오는 27일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출시한다. 자체 암호화폐인 ‘클레이(Clay)’도 발행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해 암호화폐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4월 라인은 블록체인 전문 업체 ‘언블락’을 출범하고, 이후 자체 블록체인 링크체인과 암호화폐 링크(LINK)를 선보였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라인은 비트맥스(BitMax)라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기 위한 라이센스를 곧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발급받을 예정이다. 비트맥스는 라인의 일본 이용자 8천만 명에게 비트코인을 비롯한 자사 암호화폐 ‘링크’ 거래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처럼 해외로 나가 암호화폐 사업을 펼치는 기업 행보에 업계는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블록체인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나가 회사를 설립하고, 현지 직원을 뽑는 등 현지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해외 국가들이 가져가는 셈”이라며 “또 회사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외에 등록된 회사들이라 대처하는 것도 제한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암호화폐를 허용은 아니더라도 가이드라인 정도라도 제시해야 한다고 업계는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서 블록체인 투자 액셀러레이터를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차라리 중국처럼 허용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분명히 하든지, 미국처럼 처음부터 규제를 리드하든지, 일본처럼 제도권으로 유입하는 시점을 제시하든지 한국 정부도 뚜렷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아무것도 없다 보니 산업 전체적으로 정부 눈치만 보게 되고, 결국 해외에서 법인 만들고 세금을 내는 것 보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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