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정부가 국내 암호화폐 사업에 여전히 제동을 걸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27일 발표한 ‘핀테크 금융혁신을 위한 규제혁신 TF 결과’에 따르면 규제혁신 건의 과제 총 188건을 검토한 결과 150건(79.8%)을 수용했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와 국조실, 기재부, 금감원, 민간전문가, 유관 기관, 협회, 핀테크지원센터 등이 규제혁신 TF를 구성했다. 이후 핀테크 현장 간담회, 대국민 의견수렴, 금융권 및 핀테크 업계 의견청취 등을 통해 총 188건의 규제 혁신 과제를 받아 검토했다.
수용된 과제안에는 ‘블록체인’이 포함됐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금융서비스에 대해 감독 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반면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에 대해 금융위는 불수용했다. 불수용한 과제 총 38건 가운데, 15건에 대해 금융위는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암호화폐 관련 나머지 23건은 불수용하기로 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분야에 안정적으로 적용해 안착하는 데에는 지원하지만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암호화폐를 활용한 해외송금 ▲ICO(암호화폐 공개) ▲금융회사의 암호화폐 보유 ▲증권사의 암호화폐 취급업소 실명확인 서비스 등에 관한 건의안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금융위 금융혁신과 관계자는 “기존 ICO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부 입장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 기조에 올 초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지만 규제 문턱을 넘지 못해 상반기가 다 지나도록 블록체인 사업 서비스 첫 발을 떼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활용해 해외 송금 서비스를 시도하려는 ‘모인’이다.
모인은 지난 2월 1차 심의위원회 때부터 지난달 3차 심의위윈회 안건에 오르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뿐 아니라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 간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약 5개월 넘게 모인은 블록체인 서비스 출시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제4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는 오는 7월 시행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인터넷제도혁신과 관계자는 “다음 심의위원회는 7월 둘째 주쯤에 개최될 예정”이라며 “이에 앞서 모인이 심의에 상정될지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고 답했다.
논의 상황에 대한 질문에 관계 부처는 암호화폐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획재정부 외환제도과 관계자는 “부처 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 점은 암호화폐 관련 ‘해외 송금’ 이슈만 따로 분리해 논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암호화폐에 대한 전반적인 정부 정책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인 관계자는 “어영부영 올해가 다갈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서비스 솔루션은 이미 예전에 구현이 돼 적용만 하면 되는데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업계는 이러한 정부 입장이 블록체인 기업을 결국 절벽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보안 부문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법적 규제를 완화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해당 기업을 절벽 낭떠러지 끝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결국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 또한 시간이 너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민감한 이슈라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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