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암호화폐 산업에 뛰어들 예정’ 정도로 알려졌던 글로벌 대형 기업들이 올들어 잇따라 자체 암호화폐 발행 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올 초 미국 대형 은행 중 최초로 JP모건체이스는 JPM 코인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2017년 ‘암호화폐는 사기’라고 했던 JP모건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지난해 이 발언을 후회한다”고 했다. 블록체인이 다방면에서 활용될 것이라며 기술도 인정했다. 그리고 1년이 채 안돼 JP모건은 ‘JPM코인’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JPM코인을 연내 실증 시험한다고 밝혔다.
PwC의 핀테크 및 암호화폐 총괄인 헨리 아슬래니언(Henri Arslanian)은 “올해는 대형 기업들이 본격 암호화폐 세계에 진입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암호화폐 발행 나선 ‘JP모건·페북’
JP모건체이스의 JPM코인은 JP모건이 개발한 이더리움 기반 프라이빗 블록체인인 ‘쿼럼’을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JPM코인은 기업 간 자금 이동을 목적으로 설계돼 기업이나 은행, 중개업자 등 기관 고객만 사용 가능하다.
JP모건은 연내 여러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시험 제공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도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이 연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MUFG코인’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스테이블 코인 ‘리브라’도 있다. 지난달 페이스북은 ‘매일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새로운 ‘글로벌 화폐’가 되겠다’는 목표와 함께 리브라 백서를 공개했다. 이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리브라 블록체인(Libra blockchain)’을 기반으로 리브라 협회(Libra Association)라고 불리는 독립적인 기관에서 운영한다.
특히 리브라 협회에 비자(Visa), 페이팔(PayPal), 스트라이프(Stripe) 등 지불·결제 업체부터 이베이(Ebay), 메르카도 파고(Mercado Pago) 등 전자상거래 업체, 공유 플랫폼, 통신사들이 참여한다. 산업 각 분야의 대표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은 리브라는 산업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다만 주요국 규제당국의 문턱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있어, 이달 열리는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마존이나 애플 등 대형 IT 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아마존매니지드블록체인(AMB) 서비스를 시작했다. AMB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생성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완전 관리형 서비스다. 애플은 올해 iOS(아이폰 운영체제) 앱상에서 키 생성과 교환 등의 개발이 가능한 아이폰 크립토킷을 공개한 바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스타벅스와 손잡고 애저(Azure)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원두의 생산부터 커피에 이르는 전 과정을 추적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거래 인프라도 열렸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Fidelity Investments)는 지난해 10월 암호화폐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피델리티 디지털에셋’을 설립했으며, 지난 3월 암호화폐 수탁(custody) 서비스를 시작했다. 피델리티는 또 기관 투자자 대상 비트코인 거래 서비스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삼성 ‘월렛’ 출시…카카오, 해외 자회사 통해 메인넷 출시
삼성전자는 올 초 주요 스마트폰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첫 적용했다. 암호화폐 지갑에 접근할 수 있는 개인키를 보관하는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와 암호화폐 송금 등 지갑 기능과 디앱을 바로 접속할 수 있는 ‘삼성 블록체인 월렛’이다. 현재는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기반 토큰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은 계속해서 블록체인 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늘리고 서비스 대상 국가도 국내와 미국, 캐나다에 이어 더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채원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장은 최근 “사용자들은 별도 하드웨어(HW) 월렛(지갑)이 없어도, 다양한 블록체인 앱에서 결제∙송금 등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며 “통신 사업자들과 협력해 블록체인 신분증과 지역 화폐 등 관련 기술을 활성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또 해외 자회사를 통해 메인넷을 출시하고, 자체 암호화폐를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해외 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체 암호화폐 ‘클레이(KLAY)’를 일부 공식 채널을 통해 판매했다. 이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암호화폐를 통해 글로벌 투자를 유치한 사례다.
앞서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든 국내 IT 서비스 기업들도 잇따라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출시 계획을 밝혔다. 일찍이 기업형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를 선보인 삼성SDS는 거래 처리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가속 기술과 서로 다른 블록체인 기술을 연계하는 플랫폼 등을 공개하며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내달 말에는 넥스레저가 활용된 블록체인 기반 ‘보험금 자동청구 시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LG CNS 또한 기업형 블록체인 플랫폼 ‘모나체인’을 금융이나 공공, 통신 등 산업 전반 영역으로 활용해 나가고, 내달에는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 서비스를 서울 마곡 전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포항, 군산 등 전국 지자체 7곳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반 지역상품권도 연내 발행한다. KT는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5G 네트워크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KT 기가체인(GiGA Chain)’을 공개하고, 이를 기반한 지역화폐 플랫폼 ‘착한페이’도 선보였다.
은행들도 업무 효율화부터 해외 결제까지 블록체인 접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국내 최초로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검증할 수 있는 ‘블록체인 자격 검증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하나은행은 글로벌 결제 허브 플랫폼을 활용해 국경의 제한 없이 모바일로 자유롭게 송금, 결제, ATM 인출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반 전자결제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 대기업 진출, ‘블록체인 대중화’ 견인
대기업들의 블록체인 사업 윤곽이 점차 구체화되면서 ‘블록체인 대중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중소 블록체인 기업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블록체인 한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 리브라 발표가 촉매가 돼 국내 대기업들은 국제 시장에 뒤쳐지지 않으려 더욱 전투적인 태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는 블록체인 대중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중소 블록체인 기업들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사업을 적극적으로 개시한다는 것은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의 대중화, 실용화를 좀 더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관련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들에게 위협이 될 수는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수합병 등) 엑싯(exit)이 활성화 되는 경우, 이들에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 press@blockmedia.co.kr
▶블록미디어 텔레그램: http://bitly.kr/0jeN
▶블록미디어 인스타그램: http://bitly.kr/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