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나야”…블록체인으로 ‘나’를 증명한다
[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의 한 부분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표현하는 고유의 특징이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 잠자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특징들이 합쳐져 ‘나’를 형성하고, 그런 ‘나’를 누군가가 이름으로 불러줄 때 비로소 ‘나’가 된다.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증명하는 수단이며 블록체인을 통해서도 나임을 증명할 수 있다. 나의 모든 활동들이 나를 증명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철학적인 이야기 같지만 메타디움은 ‘나는 나’인 세상을 꿈꾸며 DID를 개발하고 있다. 메타디움의 박훈 대표를 만나 그가 그리는 세상에 대해 들어봤다.
– 블록체인을 어떻게 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코인플러그가 창업했을 시기였다. 당시 동남아에서 VC를 하고 있었는데 비트코인 채굴회사에서 초청을 받았다. 당시 채굴회사는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으로 크게 타격을 받고 합류가 무산됐다. 이후 동남아에서 블록체인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코인플러그를 찾았고 그것이 인연이 돼 메타디움을 맡게 됐다.”
– 메타디움의 DID, 아무리 설명해도 어렵다(관련기사: [What is Block] 내 정보는 내 손으로! DID)
“DID는 협의의 의미와 광의의 의미를 나눠 설명해야 한다. 일반적인 DID라 함은 협의의 의미를 말한다. 즉,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거나 발급받기 위해 움직여야 했던 번거로움을 기술로서 편하게 만들어보자는 것이 DID다. 일반적으로 신분 증명은 ▲발급 기관이 있어야 하고 ▲신분 증명을 요청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본인이 있어야 이뤄질 수 있다. DID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이들 간의 신뢰를 구축해 이 과정을 편리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반면 광의의 의미는 철학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다. 여기서는 ‘나(Identity)’가 중요해진다. 나를 표현하는 것에는 홍채, 지문, 혈액형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에서 쌓아온 나의 소셜 어트리뷰션(Social Attribution)이다. 이름이 대표적이다. 누군가가 ‘나’라는 이름으로 불러줬기 때문에 내가 그 사람이 된 것이다. 이름 외에도 좋아하는 색, 노래, 사진 등 모든 정보가 나를 표현하는 어트리뷰션이 될 수 있다. 메타디움은 이런 모든 것을 포함하는 ID가 진짜 ‘나의 ID’가 될 수 있고, 이를 통해 모든 활동에서 내가 누구인지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 DID가 상용화 됐을 때 어떤 미래를 예상할 수 있나
“회사 측면에서는 서비스 개발할 때 백엔드(사용자 데이터 관리 등) 팀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현재는 중앙화된 방식으로 서비스 제공자들이 백엔드를 모두 가지고 있는데 미래에는 개인들이 자신들의 데이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기업은 서비스에 필요한 것들을 그때 그때 요청하고 받아가거나 사가야 한다. 현재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이 우리 소셜 아이덴티티에 대한 정보를 허락 없이 독점하고 있다. 데이터에 대한 주권을 빼앗기고 있는 것인데 DID가 활성화 된다면 데이터의 주권이 국민으로 돌아가게 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어느 사이트라도 로그인 기능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로그인 대신 DID를 통해 ‘나는 나’야 하고 사이트를 보게 된다. 대형 매장에서 장을 볼 때 신원 확인을 하지 않듯 웹 사이트도 똑같아 지는 것이다. 단지 정보가 필요할 때 필요한 정보만 골라 DID로 제공하면 된다.
더 나아가면 개인 간 신뢰도 블록체인이 보증해준다. 처음 보는 사람은 누군지 모르지만 DID의 소셜 어트리뷰션으로 신뢰를 쌓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지구 반대편의 어떤 사람이 DID의 소셜 어트리뷰션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면서 대출을 요청한다면, 이를 신뢰하는 어떤 사람이 개인 대출을 해줄 수도 있다. 이 신뢰 네트워크가 가능해 지는 것이 블록체인의 미래다.
DID는 사물 인터넷에도 적용할 수 있다. IoT들이 발전하고 있는데 이것들의 통신을 어떻게 연결하는지의 문제를 DID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ID라는 것이 포괄적이고 어려운 개념이지만 반대로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어마어마하게 넓은 분야기도 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기업들에 열심히 접촉중이다.”
– 서비스 적용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개념 전달의 문제가 가장 크다. 이는 DID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블록체인이 가진 문제다. 현재 시스템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갑작스러운 변화를 요구하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즉 기술적 장벽 보다는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어려운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대기업들의 블록체인 진출은 블록체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메타디움은 대중화(Mass Adoption)를 위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게임 업계(Unity)와 협업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들은 아직 백지장이기 때문에 한두 번 실수해도 까먹지 않고 금방 배운다. 그렇게 미래 세대가 DID나 개인 키 관리, 탈중앙화된 방식에 익숙해지면 금세 탈중앙화 시대로 바뀔 것이다.
또 DID나 데이터주권이라는 자치를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만들 생각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 것인지는 곧 공개 하겠지만 소셜네트워크 메신저와 같은 데이터주권과 연관된 서비스를 주목하고 있다.”
– 커뮤니티를 없앤다고 들었다.
“원래의 계획은 우리 프로젝트를 잘 쓸 수 있는 참여자들에게 자금을 모집하고 이들에게 서포트를 받으면서 사업을 해 나가는게 목표였다. 그런데 커뮤니티를 운영하다보니 원래의 목표와는 다르게 운영이 됐다. ICO프로젝트는 ‘커뮤니티 빌딩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성공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그래서 가격 논의 보다는 프로젝트를 도와주고 참여하고 개개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간, 모두가 공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나아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고 싶었으나 현재는 절대 그렇게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분명히 커뮤니티가 같이 가야 하는 프로젝트다. 앞으로 어떻게 커뮤니티를 운영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다양한 시도들을 해봐야 할 것 같다.”
– 마지막으로 메타디움의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
“코인플러그 어준선 대표님이 지었다. 핵심 중의 핵심을 메타라고 칭하고 스타디움의 디움을 가져왔다. 핵심 광장이라는 의미로 보면 될 것 같다. DID로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다른 블록체인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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