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조아라 기자] 암호화폐 반대정책의 수장으로 꼽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체가 유력시 되고 있다. 장 실장이 암호화폐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여왔던 만큼 , 장 실장의 퇴진이 암호화폐 정책에 숨통을 틔여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와대 안팎에서 여러 경로로 암호화폐공개(ICO) 허용 가능성이 설득력 있게 흘러나오는 분위기와도 통한다. 청와대 내부에서 소수파로 분류된 이른바 ‘친(親)암호화폐’ 인사들의 입김이 세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청와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장 실장의 교체설이 유력하게 흘러나온 시점은 문재인 대통령 방북에서다”라고 귀띔했다. 그는 “청와대가 ICO와 관련해 입장을 정했다는 이야기도 그무렵에 나왔다”고 전했다.
◇ ‘이론중심’ 경제정책…‘혁신경제’ 암호화폐 이해 전무
장 실장은 ‘제이노믹스’를 통해 우리경제의 체질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기존의 기업중심 성장전략에서 소득 재분배와 복지확대 등을 통해 국민들이 더불어 잘사는 소득주도경제로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려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세심한 정책 조율이 되지않아 시장에서 파열음을 내기도 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반발을 불러온 최저임금인상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핀테크를 중심으로 한 금융혁신과 블록체인기반의 크립토경제라는 새로운 영역에서는 무지에 가까운 몰이해를 드러냈다는 혹평을 받았다.
장 실장이 암호화폐 시장의 최대 악재로 지목된 이유다. 오랫동안 블록체인을 연구해온 한 교수는 “모든 문제는 청와대에 있다”며 매번 장 실장을 겨냥했다.
장 실장은 경제학자다.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화폐경제론에 익숙한 전통 경제학자의 관점에서는 중앙신뢰기구(중앙은행)를 배제하는 암호화폐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평가다. 장 실장과 암호화폐는 태생부터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당 소속의 국회 관계자는 “장 실장의 일련의 경제 정책은 ‘이론 중심·정부 주도’라는 성격을 가진다”며 “장 실장이 실물경제에 적용될 암호화폐 시장 원리와 발전 가능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일단 때려잡아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은 정부를 이길 수 없다”는 장 실장의 유명한 발언에도 이 같은 기조가 잘 드러난다.
지난 1월 12일 처음으로 청와대에 암호화폐 이슈가 보고된 자리에서도 암호화폐는 ‘광풍’에 초점이 맞춰졌다. 참모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티타임 자리에서 투기를 부각시켰다는 후문이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가상화폐 거래는 바다이야기와 같은 도박”이라며 거래소 폐쇄 발언을 한 다음날이다. 장 실장의 발언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
◇ 힘 받는 청와대 소수파…‘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지막 관건
장 실장의 교체로 암호화폐에 대해 강경발언을 이어온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입지가 좁아질 전망이다. 꾸준히 암호화폐 시장을 적절하게 제도권으로 편입하자고 주장했던 청와대 소수파 인사들의 입김이 세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대통령 비서실의 정태호 일자리수석은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인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블록체인발전을 위한 암호화폐의 적정한 규제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최근 과기정통부가 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를 정식 사단법인으로 인정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장 실장의 후임 인사로 거론되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변수 중 하나다. 김 수석은 청와대 2기 경제정책을 주도할 인물이다. 김 수석은 장 실장과 달리 암호화폐 정책에 대해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정태호 수석은 암호화폐 시장에 매우 우호적인 입장이었다. 정 수석을 중심으로 청와대 소수파였던 친(親)암호화폐 인사들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규제와 진흥 중 어느 방향으로 최종결정이 날 지 아직 속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호화폐 정책은 정부 입장에서 매우 부담스러운 분야”라며 “투자를 하지 않는 측과 투자를 하고 있는 측 둘 다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정책 변수가 많다는 게 함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일자리 창출과 시장의 자정기능을 통한 암호화폐 시장의 선순환 역할을 강화시켜 명분을 실어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체적인 투자자 보호 장치가 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공은 업계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정부에만 뭔가를 바라지 말고 업계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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